대표적인 것이 '월드컵 2차전 징크스'다.
월드컵 출전사를 돌아보면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유독 작아졌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뤘으나 지난 8번의 대회에서 2차전 성적은 4무 4패에 그쳤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0-5 참패를 당한 게 2차전이었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 대회에도 2차전에서는 미국과 1-1로 비겼고,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공 대회 때도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를 만나 1-4로 완패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덜미를 잡혀 16강이 사실상 좌절된 기억은 뼈아프게 남아있다.
1차전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자신감이 한껏 오른 채 당한 완패에 대표팀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
이번 대회에선 1차전 스웨덴에 0-1로 져 더욱 불리한 가운데 23일(현지시간) '강호' 멕시코를 만나는 터라 마음이 무겁다. '징크스'를 떨쳐야 하는 중책을 떠안은 대표팀을 현지에서 기다린 건 한동안 잊고 살았던 불볕더위다.
대표팀이 도착한 21일 로스토프나도누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에 육박했고, 한밤중에도 25도를 넘나든다.
이달 초 대표팀이 23인 체제를 확정해 오스트리아 레오강으로 떠난 이후엔 줄곧 일교차가 심한 봄 내지 가을 날씨에 익숙했다.
러시아에 와서 주로 지낸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첫 경기를 치른 니즈니노브고로드에도 햇빛이 강한 날은 많았지만, 로스토프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
특히 스웨덴전을 마치고 돌아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기온이 평소보다 더 떨어져 20도를 밑돌았다.
경기 시간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하루 전 공식훈련에서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응원전'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원정 월드컵이란 으레 현지 관중 분위기에 따라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더 특별하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당일 로스토프 아레나를 직접 찾기로 하면서다.
한국 대통령의 원정 월드컵 본선 경기 '직관'은 사상 최초다.
이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어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멕시코와의 일전이 껄끄러운 가운데 대표팀 입장에선 부담감이 가중되는 요소다.
러시아 각지에서 교민들이 찾아오고, 붉은악마 응원단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러나 욕설도 서슴지 않는 과격한 응원전으로 유명한 극성스러운 멕시코 팬들의 '야유'에 맞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점도 대표팀으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