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스케줄에 안전 우려도… 이용객 늘면서 불만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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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저비용항공 빛과 그림자
직장인 박모씨(41)는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로 휴가를 가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애당초 오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출발 한 달 전 갑자기 해당 편이 없어진 뒤 ‘오후 비행기로 재배정됐다’는 문자를 받은 것이다. 박씨가 항의하자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의 운항 스케줄 인가 변경으로 기존 항공편이 취소됐다. 불가항력적 사유여서 보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국토부는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차례 한꺼번에 항공편 운항 인가를 낸다. 사전에 통보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해당 항공편의 인가를 갑자기 취소했을 리 없었다. 이를 확인한 박씨가 재차 항의하자 항공사는 뒤늦게 “예매율이 낮아 자체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했다”고 시인하며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서비스 불만에 안전 우려까지
국내 LCC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무리한 취항 스케줄과 잦은 일정 변경, 부실한 수하물 취급 등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항공 관련 피해구제 건수가 담긴 ‘2017년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보다 LCC에 대한 피해 접수가 훨씬 많았다. 항공사 이용자 100만 명당 피해접수 건수를 보면 에어서울(45.1건)과 제주항공(12.7건)이 최다였다. 티웨이항공(10.1건)과 이스타항공(7.4건)이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5.2건) 아시아나항공(5.6건) 등의 피해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LCC에 대한 피해접수 건수는 총 354건이었다. 이 가운데 항공권 구매 취소 때 위약금 과다청구, 환급 거부 등이 231건(65.2%)으로 가장 많았다. 지연·결항 피해가 45건(12.7%), 위탁수하물 분실·파손·지연에 따른 피해가 29건(8.1%)으로 뒤를 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대형사에 비해 보유 항공기, 인력 등이 적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평소 서비스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결항, 지연 등 갑자기 터진 문제에는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LCC 항공사별 정비업무 인력 현황’에 따르면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국토부 기준을 채운 LCC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2곳뿐이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정비사 인력이 국토부 권고치에 미달했던 것이다. 문제는 정비사 부족에 따른 정비 미흡이나 지연이 승객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2016년 항공백서에 따르면 항공안전 장애요인의 69%가 정비 불량에서 비롯됐다.
자유 항공권까지…“과당경쟁 마케팅” 지적도
국내 LCC들은 노선을 다변화해 대형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대형사보다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새로운 노선을 공략해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일본 마쓰야마와 중국 스자좡·옌타이·자무스에 노선에 단독 취항 중이다. 진에어는 기타큐슈, 이스타항공은 미야자키·가고시마, 티웨이항공은 사가·오이타, 에어서울은 나가사키·다카마쓰·시즈오카·요나고·히로시마 노선을 독점 운항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엔 여행객들 사이에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으로 떠나는 게 유행을 타고 있다”며 “보통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LCC업계에선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노선을 확대하면서 신규 항공기 도입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CC 6곳의 항공기는 총 120대였다. 올해 LCC가 들여오는 새 항공기는 26대다. 8대를 도입하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6대, 진에어 5대, 이스타항공 3대, 에어부산 3대, 에어서울 1대 등이다. 이달 기준 LCC의 평균 기령은 10.16년으로 대형사 평균(9.9년)과 큰 차이가 없다.
LCC들은 마케팅 전략도 공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항공권을 구매하면 여행지 맛집이나 마사지숍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에어서울은 일본과 동남아 항공권을 연중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민트패스’를 판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만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이에 대비해 LCC들이 ‘6사(社) 6색(色)’으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 NIE 포인트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항공사(FSC)보다 저가에 항공권을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다. LCC와 FSC의 서비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리해보자.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외국 LCC와 우리나라 LCC는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자.
박상용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서비스 불만에 안전 우려까지
국내 LCC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무리한 취항 스케줄과 잦은 일정 변경, 부실한 수하물 취급 등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항공 관련 피해구제 건수가 담긴 ‘2017년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보다 LCC에 대한 피해 접수가 훨씬 많았다. 항공사 이용자 100만 명당 피해접수 건수를 보면 에어서울(45.1건)과 제주항공(12.7건)이 최다였다. 티웨이항공(10.1건)과 이스타항공(7.4건)이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5.2건) 아시아나항공(5.6건) 등의 피해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LCC에 대한 피해접수 건수는 총 354건이었다. 이 가운데 항공권 구매 취소 때 위약금 과다청구, 환급 거부 등이 231건(65.2%)으로 가장 많았다. 지연·결항 피해가 45건(12.7%), 위탁수하물 분실·파손·지연에 따른 피해가 29건(8.1%)으로 뒤를 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대형사에 비해 보유 항공기, 인력 등이 적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평소 서비스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결항, 지연 등 갑자기 터진 문제에는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LCC 항공사별 정비업무 인력 현황’에 따르면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국토부 기준을 채운 LCC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2곳뿐이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정비사 인력이 국토부 권고치에 미달했던 것이다. 문제는 정비사 부족에 따른 정비 미흡이나 지연이 승객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2016년 항공백서에 따르면 항공안전 장애요인의 69%가 정비 불량에서 비롯됐다.
자유 항공권까지…“과당경쟁 마케팅” 지적도
국내 LCC들은 노선을 다변화해 대형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대형사보다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새로운 노선을 공략해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일본 마쓰야마와 중국 스자좡·옌타이·자무스에 노선에 단독 취항 중이다. 진에어는 기타큐슈, 이스타항공은 미야자키·가고시마, 티웨이항공은 사가·오이타, 에어서울은 나가사키·다카마쓰·시즈오카·요나고·히로시마 노선을 독점 운항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엔 여행객들 사이에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으로 떠나는 게 유행을 타고 있다”며 “보통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LCC업계에선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노선을 확대하면서 신규 항공기 도입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CC 6곳의 항공기는 총 120대였다. 올해 LCC가 들여오는 새 항공기는 26대다. 8대를 도입하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6대, 진에어 5대, 이스타항공 3대, 에어부산 3대, 에어서울 1대 등이다. 이달 기준 LCC의 평균 기령은 10.16년으로 대형사 평균(9.9년)과 큰 차이가 없다.
LCC들은 마케팅 전략도 공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항공권을 구매하면 여행지 맛집이나 마사지숍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에어서울은 일본과 동남아 항공권을 연중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민트패스’를 판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조만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이에 대비해 LCC들이 ‘6사(社) 6색(色)’으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 NIE 포인트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항공사(FSC)보다 저가에 항공권을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다. LCC와 FSC의 서비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리해보자.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외국 LCC와 우리나라 LCC는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자.
박상용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