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 입장이 CVID임을 이해하고 있어…김정은 신뢰할 만하다"
미국 대북협상대사를 역임했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2일 한미연합군사 훈련중단과 관련, 북한이 비핵화 및 관계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핵물질생산 중단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트라니 전 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매우 효과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시 대북협상단에 합류한다면 북측에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 묻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상응 조치들은 상당히 많다"며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의지가 분명하다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 더 이상의 핵물질생산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트라니 전 국장은 한국전쟁 때 실종된 미군 병사들의 '유해 송환' 소식이 알려지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후속 협상을 위해 재방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합의 이행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고 잘 진전되고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들어간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임을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알고 있는 만큼 양 정상이 이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것은 북한도 (CVID에) 동의했다고 간주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뢰할 만한' 협상파트너인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보면 신뢰할 만하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과 매우 다른 지도자로, 북한 주민들을 더 잘 살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비핵화 선언은) 김정은이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며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의 정교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으로 비핵화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북한이 '경제 발전'으로 노선 전환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은 전체 무역거래의 90%를 중국과 하고 있는데,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은 오히려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국장은 2003∼2005년 미 대북협상 대사이자 6자 회담 차석대표로, 9·19 공동성명을 기초한 미국 측 실무그룹을 이끌었던 당사자다.
당시 성명은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0∼22일 개최한 '2018 글로벌인텔리전스서밋' 참석차 방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