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로 들어온 투자금액보다 해외로 나간 투자액이 더 많은 ‘직접투자 역조(逆調) 현상’ 탓에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 숫자가 지난해 43만9000개로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본격화된 2001년 이후 17년 동안 해외로 유출된 일자리는 213만 개로 집계됐다. 기업의 해외 투자 물꼬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규제 완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의뢰를 받은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22일 공개한 ‘직접투자의 고용 순유출 규모 분석’ 보고서(광업 제외)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는 총 1506억달러(약 167조원)였다. 이에 비해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3055억달러(약 339조원)로 훨씬 많았다. 17년간 누적된 직접투자 순유출 규모는 1549억달러(약 172조원)였다.

직접투자 순유출액은 2007년 100억달러대로 올라선 뒤 2016년 25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87억달러에 달했다. 최 교수는 “2001년부터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해외 투자 순유출액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직접투자 순유출액을 업종별 생산유발계수, 취업계수, 취업유발계수 등으로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작년까지 17년 동안 ‘직간접적인 일자리 순유출’ 규모는 212만8302개로 추정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로 427만536개의 일자리가 빠져나간 데 비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214만2234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17년간 매년 12만5000개의 국내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연도별 직간접적인 일자리 순유출 규모는 △2015년 11만7000개 △2016년 33만7000개 △2017년 43만9000개 등으로 최근 3년간 급증했다. 직접투자 역조액이 2016년부터 급증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에서 해외로 나간 일자리가 17년간 총 138만 개로 가장 많았다. 양질의 일자리가 포함돼 있는 제조업 분야도 55만 개에 달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