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부 인사 발길도 이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조문했다. 김 전 총리의 작고가 알려진 지난 23일 빈소를 방문한 이 총리는 빈소 한쪽에 마련된 내실에서 1시간30분가량 머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총리는 “김 전 총리의 공적을 기려 정부로서 소홀함 없이 모실 것”이라며 장례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고인은 나눌 얘기가 워낙 풍부하신 분”이라며 “얘기를 나눌수록 후대에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거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와) 당을 같이한 적은 없으나 총리 대 기자로서, 또 대선배님 대 후배 정치인으로서 여러 차례 뵌 적이 있다”며 “뵐 때마다 풍모나, 멋이나, 식견에 늘 압도되곤 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첫날부터 빈소를 지키며 상주 역할을 해온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총리가 오랫동안 머물며 고인을 추모하고 가신 데 대해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빈소를 방문해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정치인으로 오래 기억날 것 같다”고 애도했다. 김 장관은 이날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가 한일의원연명 명예총재를 맡고 있을 당시 부회장을 지낸 인연을 소개하며 고인을 회상했다. 김 장관은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고인이 역할을 하셨고, (그런 부분이) 저희는 상당히 부러웠다”며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청와대에서는 한 수석이 조문했다. 한 수석은 “고인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한 것으로 온 국민이 알고 그렇게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가 병행 발전하는 선진국이 됐다. 그 유지를 받들어 더 앞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 순방에서 이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조문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윤 수석은 “시와 서화를 즐긴 고인은 걸걸한 웃음으로 각박하고 살벌한 정치의 이면에 여백과 멋이라는 거름을 주었다”며 “고인의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도록 아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박종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