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매출 30% 급증
슈트·시계만 사던 남성들, 가방·신발 등 다양하게 구매
中 개별관광객 늘어난 효과도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매출은 지난달 전년 동기보다 27% 급증했다. 이 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 증가율이 월평균 10%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도 올해 1~4월 월평균 10%대 중반이던 명품 매출 증가율이 지난달 29.1%까지 치솟았다. 이달(1~21일)에도 24.8%의 증가율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 전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지난달 21.0%, 이달엔 18.9%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 백화점의 월평균 명품 매출 증가율은 10%를 밑돌았다. 서울 반포동과 부산 해운대 등 ‘부촌’에 있는 매장들이 매출을 끌어올렸다. 서울 명동과 잠실에 명품관을 운영하는 롯데도 이달 들어 명품 매출 증가율(전점 기준)이 25.2%에 달했다.
유통업계에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 브랜드들의 신제품 효과와 남성 명품시장의 성장 등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 이후 내놓는 상품마다 히트를 쳤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디자이너를 교체한 브랜드의 신상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올해 신상품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4월부터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장 슈트와 시계 정도였던 남성들의 명품 소비가 가방 신발 일반의류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선 지난해 12월 루이비통 남성 매장을 별도로 떼어낸 이후 남성 제품 매출이 두 배 증가했다. 남성 명품시장 공략을 위해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구찌맨’ ‘디올옴므’를 유치한 데 이어 하반기 강남점에도 ‘발렌시아가맨’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잇달아 내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명품 구매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기존 명품의 주 소비층이던 고소득층에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중산층과 중국인 개별 관광객까지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 명품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