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변호사의 5% 불과한데
법조 요직 잇따라 중용
검찰개혁 주도 위원회도
대부분 '민변 라인' 일색
인권위 등 법조 외곽도 장악
법조계 "정치세력화하나" 비판
24일 조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사법연수원 17기)가 50여 일째 공석으로 있던 법무부 산하 재단법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낙점됐다. 3년 임기의 이사장에 선임된 조 교수는 민변 소속으로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핵심 멤버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이헌 전 이사장(16기)은 시민단체 등에서 ‘적폐 공공기관장’으로 지목되며 지난 4월 말 중도 낙마했다. 이후 후임 인사가 관심을 모았지만 일각의 풍문대로 민변 출신으로 채워졌다. 민변 아니면 문재인 정부에 자리가 없다는 일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 전 이사장은 자유주의 계열 변호사 모임인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출신이다.
법무부 요직에도 막강한 민변 라인업이 구축됐다. 법무부가 ‘탈검찰화’의 일환으로 외부에 개방한 법무실장에는 민변 이용구 변호사(23기)가 기용됐다. 이 실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국회소추위원 대리인도 맡은 인물이다. 법무부 인권국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자리에도 민변 출신인 황희석 변호사(31기)와 차규근 변호사(24기)가 각각 입성했다.
소위 ‘진보 편향적’인 민변의 약진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김외숙 법제처장(21기) 임명에서부터 전조가 나타났다. 민변 출신인 김 처장은 4월 대통령 경호처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를 계속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려 ‘코드 해석’ 논란을 불렀다.
◆외곽기구도 민변 일색… 정치세력화 우려
법조계 외곽단체에도 민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각종 개혁 위원회가 민변 일색으로 채워졌다. 작년 말 발족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원 9명 중 6명이 민변이다. 위원장 김갑배 변호사(17기)를 비롯해 김용민(35기)·송상교(34기)·임선숙 변호사(28기),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24기) 등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12기) 역시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출신 첫 대법관 탄생도 유력하다.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17기)가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한편 작년 9월 임명된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31기)은 민변 사무총장 출신이다.
이 같은 ‘민변 전성시대’의 개막은 민변 출신 문 대통령의 지지가 주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주년을 맞은 민변 창립행사에 축전을 보내 “헌신과 열정으로 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돼줬다”며 신뢰를 나타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민변의 질주’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민변 소속 변호사는 1180명으로 전체 변호사 2만4851명(5월말 기준)의 5% 미만이다. 소수의 요직 싹쓸이가 결국 ‘기울어진 사법부’를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민변 출신 사이에선 각자 한자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넘친다”며 “변호사 활동보다 정치 세력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