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는 처음 포스코호(號) 선장을 맡게 된 최정우 회장 내정자(61)가 재계 6위(자산 규모 기준)의 포스코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내정자가 1983년 입사 이후 재무와 감사 등 경영관리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는 점에서 ‘재무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소재와 바이오 등 신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무통' 최정우, 소재·바이오로 포스코 '재무장' 하나
◆‘선택과 집중’ 나설 듯

최 내정자는 25일 포스코 컨트롤타워인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가 아니라 경북 포항 청림동 포스코켐텍 본사로 출근했다.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전까지는 회장 후보자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몸을 낮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리튬이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 사장을 맡고 있다.

최 내정자는 당분간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포스코의 경영계획을 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4일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자로 선임된 뒤 “포스코 임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내부에선 최 내정자가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답게 비주력 사업 매각과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15년 가치경영센터장(사장)을 맡아 조명 회사인 포스코 LED와 원전 서비스 업체인 포뉴텍 등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했다.

최 내정자는 대신 신성장 동력인 소재(리튬)와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지난달 2억8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리튬이온전지(2차전지)에 쓰이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염호 매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켐텍도 올 들어 리튬이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 생산 라인(8, 9호기) 증설과 2공장 추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M&A를 위해 전략기획실을 신설하고 해외 자원개발 업체 등 비철강 기업 M&A에 7조원을 쏟아부었던 정준양 전 회장과 같은 ‘문어발식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발(發) ‘관세폭탄’과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철강 분야의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포스코 ‘잔혹사’도 끊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외국인 주주가 ‘변수’

포스코는 이날 최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냈다. 포스코는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최 내정자의 선임 배경과 직무 수행 적합성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CFO 출신인 최 내정자가 ‘주주이익 극대화’에 나설 것이란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 기준 4분의 1 이상 찬성을 얻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가 찬성해야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주총 문턱을 넘으면 뒤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포스코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1.08%), 2대 주주는 미국 씨티은행(10.56%)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비율은 64.26%에 달한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재무통 CEO의 등장에 시장도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포스코 주가는 전일보다 3.06%(1만500원) 오른 35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