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차장(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진희 사원, 허진선 차장, 이한빈 대리.
김혜원 차장(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진희 사원, 허진선 차장, 이한빈 대리.
한샘 직원들은 작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논란이 있었고, 사내 성폭력 사건도 겪었다. 브랜드는 큰 상처를 입었고, 한샘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한 직원은 “(작년 말 서울 상암동 본사로 이전하기 전) 방배동 회사 근처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가 두려웠다”며 “다른 테이블에 앉은 지역 주민들이 회사를 욕하는 것을 들으면서 밥 먹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회사 다니기 괜찮으냐’는 질문을 받은 여직원도 적지 않았다. 어떤 직원은 술자리에서 사건을 과장 왜곡하는 다른 손님과 싸우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한샘 여직원들을 25일 상암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들은 “이런 일이 우리 회사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 그 사건 이후 회사는 더 빨리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정 직원의 일탈과 회사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더 좋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얘기였다.

작년 7월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이한빈 대리(35)는 다음달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하루 8시간 정규 근무시간이 끝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임신부는 6시간(오전 8시~오후 3시, 점심시간 제외)만 일하면 되도록 제도가 마련돼 큰 부담이 없다고 했다. 한샘은 올초 ‘PC 오프제’를 도입했다. 어린이집을 자랑으로 꼽는 직원도 있었다. 여섯 살과 세 살짜리 아들을 둔 허진선 차장(40)은 작년 말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확장한 어린이집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간 동안 운영되는데 아이들에게 하루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며 “어린이집은 여직원들이 출산을 결심하게 하는 계기가 될 정도”라고 소개했다.

팀장급인 김혜원 차장은 5년 만인 지난 4월 한샘에 재입사했다. 김 차장은 “돌아온 회사에서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워라밸’ 문화가 자리잡은 걸 확연히 느낀다”고 말했다. 한샘은 최양하 대표 직속으로 기업문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좋은일터만들기위원회와 모성보호협의회 등도 신설했다.

한샘은 또 작년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달 초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지침’도 내놨다. 주요 내용은 △성차별까지 보호 대상 확대 △성고충심의위원회 운영 △주기적인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개설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