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2)] 베트남 러시? 먼저 마음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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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요즘 베트남 진출 전략에 관한 강좌나 세미나가 빈번하게 열리는 등 베트남 진출 열기가 뜨겁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약 6000개에 이르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니 ‘베트남 러시’라고 부를 만하다.
양국 관계의 발전상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외교, 안보, 교역, 투자, 개발 협력, 문화예술뿐 아니라 관광, 유학생, 근로자 등 인적 교류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은 사이 두 차례나 베트남을 방문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국빈 방문해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선언하고 베트남과의 교역을 2020년까지 1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제2의 수출대상국이 될 전망이다. 또 소재부품산업, 자동차산업, 교통 및 인프라, 건설 및 도시개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등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외세 침략과 전쟁 극복 자긍심 공유
베트남과는 1992년 12월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니 불과 25년밖에 안 되는 짧은 협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전쟁 때 한국은 1964~1973년 10년 동안 31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참전해 싸웠고, 양측에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베트남 관계가 급신장한 것은 왜일까. 한마디로 두 나라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진정 원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포스트 차이나’로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부각됐다. 2015년 말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킨 아세안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연 5~6%의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장 역동적인 지역경제체다. 이런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 사업을 이야기하다 보면 베트남 측의 적극적인 자세와 열의가 확연히 느껴진다. 또 유교적인 전통과 관습으로 인해 우리와는 유사점이 많다. 교육열도 높고 근면한 편이다. 베트남 정부의 경제 개방 정책도 인상적이다. 한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다. 중국 등 여러 국가와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도 커다란 이점이다. 특히 양국의 특별한 유대관계를 가능케 하는 것은, 두 나라가 외세의 침략과 참혹한 전쟁을 당당하게 극복했다는 민족적 자긍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은 수많은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전자다. 지난해 540억달러를 수출해 베트남 총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1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니 베트남 경제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치에 있다. 또 베트남 국내 파트너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사업 및 교육훈련을 통해 기술 협력과 역량 강화에도 힘씀으로써 상생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제조, 건설, 인프라, 유통, 금융, 부동산,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많은 성공 스토리가 있다. 그들의 성공 비법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세심한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현지화·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인의 신뢰를 얻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O사의 초코파이는 베트남인들이 ‘정(情·tinh·띤)’을 중시하는 데 착안, 상품명에 이를 표기해 판매량이 연 5억 개를 넘었다고 한다.
저임금 노동력만 노린 진출은 안 돼
그러면 베트남은 우리에게 변함없는 기회일까. 야반도주와 같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베트남은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법과 제도, 인프라, 관습을 잘 알고 접근해야 한다. 이미 진출한 사람들의 교훈은 곰곰 새겨볼 만하다. 베트남인의 속내는 정말 알기 어렵고, 지난 전쟁에 대해 “용서한다. 그러나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성공한 이들은 베트남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끈기와 열정뿐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사업은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베트남과의 협력 분위기가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나 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력 등 현재의 이점만을 고려한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를 지향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정 가깝고 호혜적인 파트너가 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서로 신뢰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해온 두 나라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수백 년을 함께할 진정한 형제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국 관계의 발전상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외교, 안보, 교역, 투자, 개발 협력, 문화예술뿐 아니라 관광, 유학생, 근로자 등 인적 교류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은 사이 두 차례나 베트남을 방문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국빈 방문해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선언하고 베트남과의 교역을 2020년까지 1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제2의 수출대상국이 될 전망이다. 또 소재부품산업, 자동차산업, 교통 및 인프라, 건설 및 도시개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등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외세 침략과 전쟁 극복 자긍심 공유
베트남과는 1992년 12월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니 불과 25년밖에 안 되는 짧은 협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전쟁 때 한국은 1964~1973년 10년 동안 31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참전해 싸웠고, 양측에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베트남 관계가 급신장한 것은 왜일까. 한마디로 두 나라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진정 원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포스트 차이나’로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부각됐다. 2015년 말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킨 아세안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연 5~6%의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장 역동적인 지역경제체다. 이런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력 사업을 이야기하다 보면 베트남 측의 적극적인 자세와 열의가 확연히 느껴진다. 또 유교적인 전통과 관습으로 인해 우리와는 유사점이 많다. 교육열도 높고 근면한 편이다. 베트남 정부의 경제 개방 정책도 인상적이다. 한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의 FTA도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다. 중국 등 여러 국가와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도 커다란 이점이다. 특히 양국의 특별한 유대관계를 가능케 하는 것은, 두 나라가 외세의 침략과 참혹한 전쟁을 당당하게 극복했다는 민족적 자긍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은 수많은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S전자다. 지난해 540억달러를 수출해 베트남 총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1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니 베트남 경제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치에 있다. 또 베트남 국내 파트너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사업 및 교육훈련을 통해 기술 협력과 역량 강화에도 힘씀으로써 상생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제조, 건설, 인프라, 유통, 금융, 부동산,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많은 성공 스토리가 있다. 그들의 성공 비법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세심한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현지화·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인의 신뢰를 얻고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O사의 초코파이는 베트남인들이 ‘정(情·tinh·띤)’을 중시하는 데 착안, 상품명에 이를 표기해 판매량이 연 5억 개를 넘었다고 한다.
저임금 노동력만 노린 진출은 안 돼
그러면 베트남은 우리에게 변함없는 기회일까. 야반도주와 같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베트남은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발전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련법과 제도, 인프라, 관습을 잘 알고 접근해야 한다. 이미 진출한 사람들의 교훈은 곰곰 새겨볼 만하다. 베트남인의 속내는 정말 알기 어렵고, 지난 전쟁에 대해 “용서한다. 그러나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때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성공한 이들은 베트남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끈기와 열정뿐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사업은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베트남과의 협력 분위기가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나 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력 등 현재의 이점만을 고려한 단순한 접근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를 지향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정 가깝고 호혜적인 파트너가 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서로 신뢰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해온 두 나라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수백 년을 함께할 진정한 형제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