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0승을 달성하면 은퇴하겠다던 ‘장타왕’ 버바 왓슨(미국·사진)이 벌써 12승 고지까지 점령했다. 마치 언제 부진한 적이 있었느냐는 듯 은퇴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장타, 어프로치샷, 퍼팅 ‘3박자’가 제대로 작동하자 추가 승수에 대한 욕심이 강해지는 듯하다.

왓슨이 24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에서 막판 맹추격전을 펼쳐 우승을 차지했다. 6타나 됐던 절대적 열세를 뒤집은 화끈한 역전쇼다.

왓슨은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일랜즈(파70·6844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에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그는 14언더파를 친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폴 케이시(잉글랜드)에 6타 뒤져 있었다. 하지만 케이시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2타를 잃어버리는 틈을 타 7타를 줄이면서 불가능할 듯하던 뒤집기에 성공했다.

시즌 3승째이자 통산 12승째. 왓슨이 한 시즌 3승을 거두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올 시즌 3승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이번 대회 이전 왓슨은 저스틴 토머스, 더스틴 존슨, 제이슨 데이 등 6명의 2승자 그룹 중 한 명이었다. 왓슨은 이번 대회에 앞서 제네시스오픈(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테크놀로지매치플레이(3월) 등을 제패했다. 완연한 상승세다. 2010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그는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동일 대회 트로피를 수집해 트래블러스챔피언십과 ‘최강궁합’을 자랑했다.

최장 366야드에 달하는 장타(대회 5위)가 불을 뿜는 등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 보내는 능력(대회 2위)이 좋아진 데다 중위권에 불과했던 퍼팅이 이번 대회에선 22위까지 껑충 뛰어오르며 타수를 차곡차곡 덜어냈다. 왓슨은 “3라운드까지 못한 건 아니지만 원하는 수준의 골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요일 캐디와 즐겁게 라운드하면서 타수를 줄였는데 기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왓슨은 2016년까지만 해도 “10승을 달성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겠다”며 공공연히 은퇴를 얘기했다. 하지만 이후 10승이 다가오자 “목표는 달성되면 늘 더 높은 것으로 새로 세우는 것”이라며 은퇴 번복을 시사했다.

한국 골퍼로는 김시우(23)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를 덜어내 최종합계 8언더파로 공동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