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들은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늘리는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R&D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한 일본, 신기술 업종에 대해 법인세율을 낮게 매기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올해부터 대기업의 일반 R&D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30%에서 25%로 축소하고 당기분 R&D 투자 세액공제율도 1%포인트 줄였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R&D 투자 장려책은 줄이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신성장 R&D 세액공제를 받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따로 놀기는 마찬가지다. 공제대상 기술이 11개 분야 157개로 한정돼 있어 블록체인 같은 기술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전담 연구부서 설치 등 문턱도 높아 공제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선 R&D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R&D 세제지원은 이 위험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인데 한국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세수 확보’를 말하며 대기업 R&D 세액공제를 줄이더니 문재인 정부도 R&D 동기를 앗아가는 건 마찬가지다.

이대로 가면 기업 R&D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국 5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2015년 기준)은 미국 8.5%, 일본 5.0%, 독일 4.3%인데 한국은 3.0%다. R&D 세액공제 축소는 대기업에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다. 그 악영향은 R&D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과 연구소, 중소벤처기업 등 R&D 생태계 전반으로 번질 게 뻔하다. 결국 해외에 있는 경쟁업체들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정부 R&D 예산을 늘리기보다 기업 R&D 투자 세액공제를 늘리는 게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많다. 관료의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보면 기업을 뛰게 하는 게 백배 나을 것이다. 정부는 R&D 세액공제 축소 문제를 즉각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