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강국인 미국의 사례를 보듯 기초과학은 나라를 가장 나라답게 하는 분야입니다.”

올해 '최고 과학기술인'에 박진수·강봉균
국내 뇌 연구 최고 권위자인 강봉균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57)가 한국의 연구자로서는 가장 명예로운 상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는다.

강 교수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가 과학자의 명예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뇌 신경세포 연결고리인 시냅스 가소성의 개념과 원리를 알아내고 주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에 논문을 내며 국내 신경과학 연구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풍족하게 연구를 했던 건 10년짜리 국가과학자 사업에 선정되는 등 국민과 정부의 배려가 뒷받침됐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사업은 폐지됐고 나와 같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후배 과학자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은 한 번 지원이 끊기면 10, 20년 후퇴할 수 있는 분야”라며 “기초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과 여자 프로골프를 대비하며 예로 들었다. “월드컵 때만 되면 대표팀 성적을 놓고 말이 많다”며 “하지만 평소 유소년팀을 많이 만들어 꾸준히 육성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20년간 꾸준히 젊은 인재를 늘려온 여자 프로골프는 축구 대표팀과 다르다”며 “기초과학도 인재군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국민의 지지와 후원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연구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해석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분야인 뇌 기능을 개선하고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이날 2018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강 교수와 함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66)도 선정했다. 박 부회장은 전자소재 분야에서 한국 화학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국산 리튬 2차전지 산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놓은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부회장은 2016년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후 2년 만에 기업인으로서 이 상을 받는다. 40명의 역대 수상자까지 포함하면 기업인 수상자는 박 부회장이 여섯 번째다. 시상식은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와 함께 열린다. 수상자들은 대통령 상장과 함께 각각 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