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27) "엄마도 맘충이야?" 예상치 못한 딸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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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폰을 쓰고 있는 딸은 가끔 내가 퇴근해서 가면 '급히 검색할 것이 있다'면서 슬며시 내 휴대폰을 가져간다. '알약 삼키는 법', '폴더폰 액세사리', '토끼 젤펜' 등 내가 볼 땐 참 시시한 것을 열심히도 검색한다 싶어 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점을 엄마 아빠에게 묻지 않고도 해결하고 심지어 쇼핑 주문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아차린 딸은 요즘 검색의 재미에 푹 빠졌다.
주문까지 이어진 적은 많지 않지만 예쁜 문구류를 보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엄마는 노란 샤프가 예뻐? 파란 샤프가 예뻐?"라고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
책을 다섯 권 읽어야 스마트폰 검색 10분을 허용받는 규칙 탓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독서에도 열심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내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보던 아이가 "엄마 '야동'이 뭐야?"라고 물어왔다.
당황한 나는 "뭘 보는 거야?"라고 화를 내며 황급히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내 반응에 더 놀란 아이는 "머리카락 빨리 자라는 법을 찾아보려고 했는데…"라며 더 당황해 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 답변을 찾았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는 건 역시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하게 된 계기였다.
이제 그 활용단계를 넘어서 엄마의 기사 댓글을 읽어보는 재미에 빠진 딸은 최근 내가 쓴 '맘충 사례' 기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가 떨어뜨린 케이크를 리필해 달라", "아이가 먹을 거니까 우동을 더 달라" 등의 발언을 소개한 기사는 아이 동반한 것을 내세워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더 많은 대접을 받으려 하거나 다른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대다수 정상적인 부모에 대한 시선까지 차갑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쓴 내용이었다.
최근 지인이 최근 패스트푸드점을 오픈했다고 해서 축하해 주고 매상도 올려줄 겸 가게를 찾았다. 버거 전문점인 그 패스트푸드점에는 이 외에도 치킨, 닭강정, 감자튀김, 커피, 탄산음료 등의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첫 방문 시 근처 사는 친정 오빠까지 호출해 치킨에 각종 메뉴를 시켜 먹었다. 사장님이 된 지인은 "커피 줄까?"라고 물었고 "아니야. 내가 이미 주문했어"라고 사양했다. 집에 갈 땐 양쪽 집 식구들을 위한 닭강정까지 추가 주문해서 포장해 왔다.
그리고 얼마 뒤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에 근처를 지나게 돼서 식사 겸 그 곳을 또 찾았다.
각자 버거 시키고 프라이드 치킨, 감자튀김, 닭강정, 커피까지 주문해서 배불리 먹고 사장님과 수다를 떤 뒤 자리를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아이스커피 잔에는 얼음만 남았고 밖엔 이른 더위가 한창이라 작은 소리로 "커피 리필 좀 해줘"라고 지인에게 부탁했다. 그가 흔쾌히 얼음 잔을 가지고 돌아서자 옆에 있던 딸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엄마도 이제 맘충이야?"
예상치 못한 순간 딸의 지적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가져온 사장님께 "커피 리필해달라고 해서 딸한테 맘충 소리 들었다"고 하소연했더니 그 역시 박장대소했다.
'아 오늘 하루 아이 눈에는 내가 서비스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맘충이 됐구나'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답하지 않고 "생각해보니 그렇네. 내가 미안해"라고 얼른 사과했다.
별것 아니라 생각되는 이 일을 통해 내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배우는 딸 앞에서 얼마나 내가 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도 어김없이 딸의 예리한 지적에 나의 행동이 심판대 위에 올랐다.
본인의 딸을 위해 이것저것 먹을 걸 챙겨와 먹으라고 하는 친정엄마에게 "아 괜찮대도. 배불러. 안 먹어" 했더니 그걸 본 딸은 옆에서 "엄마, 할머니가 엄마 생각해서 먹으라고 하는데 왜 그래. 그리고 엄마는 맨날 우리한테는 존댓말 쓰라고 하면서 왜 할머니한테는 반말해?"라고 말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내 등 뒤에서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오는 아이를 보며 말 한마디도, 행동 하나도 다시 한 번 신중해야겠단 생각을 다시금 했다. '엄마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하는 듯 날 지켜보는 아이 눈이 요즘은 가장 무섭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점을 엄마 아빠에게 묻지 않고도 해결하고 심지어 쇼핑 주문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아차린 딸은 요즘 검색의 재미에 푹 빠졌다.
주문까지 이어진 적은 많지 않지만 예쁜 문구류를 보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엄마는 노란 샤프가 예뻐? 파란 샤프가 예뻐?"라고 진지한 고민에 빠진다.
책을 다섯 권 읽어야 스마트폰 검색 10분을 허용받는 규칙 탓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독서에도 열심이다.
초등학교 입학 후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내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보던 아이가 "엄마 '야동'이 뭐야?"라고 물어왔다.
당황한 나는 "뭘 보는 거야?"라고 화를 내며 황급히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내 반응에 더 놀란 아이는 "머리카락 빨리 자라는 법을 찾아보려고 했는데…"라며 더 당황해 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 답변을 찾았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는 건 역시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하게 된 계기였다.
이제 그 활용단계를 넘어서 엄마의 기사 댓글을 읽어보는 재미에 빠진 딸은 최근 내가 쓴 '맘충 사례' 기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이가 떨어뜨린 케이크를 리필해 달라", "아이가 먹을 거니까 우동을 더 달라" 등의 발언을 소개한 기사는 아이 동반한 것을 내세워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더 많은 대접을 받으려 하거나 다른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대다수 정상적인 부모에 대한 시선까지 차갑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쓴 내용이었다.
최근 지인이 최근 패스트푸드점을 오픈했다고 해서 축하해 주고 매상도 올려줄 겸 가게를 찾았다. 버거 전문점인 그 패스트푸드점에는 이 외에도 치킨, 닭강정, 감자튀김, 커피, 탄산음료 등의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첫 방문 시 근처 사는 친정 오빠까지 호출해 치킨에 각종 메뉴를 시켜 먹었다. 사장님이 된 지인은 "커피 줄까?"라고 물었고 "아니야. 내가 이미 주문했어"라고 사양했다. 집에 갈 땐 양쪽 집 식구들을 위한 닭강정까지 추가 주문해서 포장해 왔다.
그리고 얼마 뒤 지방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에 근처를 지나게 돼서 식사 겸 그 곳을 또 찾았다.
각자 버거 시키고 프라이드 치킨, 감자튀김, 닭강정, 커피까지 주문해서 배불리 먹고 사장님과 수다를 떤 뒤 자리를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아이스커피 잔에는 얼음만 남았고 밖엔 이른 더위가 한창이라 작은 소리로 "커피 리필 좀 해줘"라고 지인에게 부탁했다. 그가 흔쾌히 얼음 잔을 가지고 돌아서자 옆에 있던 딸이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엄마도 이제 맘충이야?"
예상치 못한 순간 딸의 지적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를 가져온 사장님께 "커피 리필해달라고 해서 딸한테 맘충 소리 들었다"고 하소연했더니 그 역시 박장대소했다.
'아 오늘 하루 아이 눈에는 내가 서비스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맘충이 됐구나'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답하지 않고 "생각해보니 그렇네. 내가 미안해"라고 얼른 사과했다.
별것 아니라 생각되는 이 일을 통해 내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배우는 딸 앞에서 얼마나 내가 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도 어김없이 딸의 예리한 지적에 나의 행동이 심판대 위에 올랐다.
본인의 딸을 위해 이것저것 먹을 걸 챙겨와 먹으라고 하는 친정엄마에게 "아 괜찮대도. 배불러. 안 먹어" 했더니 그걸 본 딸은 옆에서 "엄마, 할머니가 엄마 생각해서 먹으라고 하는데 왜 그래. 그리고 엄마는 맨날 우리한테는 존댓말 쓰라고 하면서 왜 할머니한테는 반말해?"라고 말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내 등 뒤에서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오는 아이를 보며 말 한마디도, 행동 하나도 다시 한 번 신중해야겠단 생각을 다시금 했다. '엄마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하는 듯 날 지켜보는 아이 눈이 요즘은 가장 무섭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