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중소기업 애로점 풀어주는 日장인들…"2박3일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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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2018 기술인재양성교육'
20~22일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서 8개 과정 진행
20~22일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서 8개 과정 진행
“모두 느꼈겠지만 2박3일이 너무 짧았습니다.”
지난 22일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 한 강의실. 3일간의 ‘2018 기술인재양성교육’ 마지막 프로그램인 성과토론회에 참석해 소감을 밝힌 연수생들은 이처럼 입을 모았다. 교육 만족도가 무척 높다는 방증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주관한 이번 교육은 △금형설계(프레스금형) △로봇(적용기술) △사출성형(플라스틱) △소성가공(금속) △열처리 △자동화(FA) △절삭가공기계 △표면처리(도금) 등 제조업 뿌리기술 8개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다. 과정별 4~6명씩 총 43명의 연수생은 국내 중소기업 직원들, 기술교육을 맡은 강사는 30년 이상 장인급 경력의 일본 퇴직기술자들이었다.
강사진은 한일재단이 일한재단과 협력해 구축한 현지 우수 퇴직기술자 750여명의 데이터베이스(DB)에서 엄선했다. 10년 전부터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 유치 활용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형성한 한일재단의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대목이다. 풍부한 DB와 네트워크를 토대로 실무 경력, 강의 능력까지 고려한 강사진 섭외가 교육 만족도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덕분에 교육과정은 이론 강의부터 참석 연수생들이 들고 온 해당 기업의 해결과제에 대한 분석·지도까지 담아내는 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2012년 시작한 기술인재양성교육의 경우 올해까지 총 562명이 이수했다.
재단이 이러한 역할을 맡은 것은 설립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석숭 한일재단 전무는 “1992년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의 결과물로 재단이 만들어졌다. 재단은 대일 무역 적자의 핵심인 부품·소재 및 기초기술 격차 해소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기술인재양성교육은 모으고(gathering) 맺어주며(matching) 훈련시켜(training) 양국 신뢰를 구축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석 연수생들은 심도 있는 교육으로 불량률을 줄이고 공정의 낭비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절삭가공기계 과정 대표 연수생으로 소감을 발표한 ㈜진합의 심규만 부문장은 “현업에 치이다 보면 잊어버리곤 하는 ‘기본’을 강조하는 강의가 인상적이었다”고 평한 뒤 “교육 기간을 늘려 기술적으로 더욱 깊게 습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자동화 과정을 수료한 ㈜제노스의 허의경 팀장도 “회사에서 자동화생산 설비 도입 업무를 맡고 있다. 제가 잘못 판단하면 회사 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지금까지 일해 온 방식과 방향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동안 국내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개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 ‘확실하게 얻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단순 과제 해결을 넘어 회사 차원의 사활에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봇 과정 교육을 받은 민승기 ㈜올소로보틱스 대표는 “제품 생산에서 막혔던 부분이 명쾌하게 해결돼 회사가 큰 도움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금형설계 과정의 이재근 몰드프라자 대표 역시 “상사맨 출신으로 50대에 창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프레스 금형 설계와 제작까지 하는 회사로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확고히 세웠다”고 덧붙였다.
수년간 과정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익힌 한일재단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과정마다 통역을 배정한 점이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표면처리 과정을 이수한 이구산업㈜ 박진묵 사원은 “언어가 달라 소통이 잘 될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배운 것을 빨리 회사에 돌아가 적용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육을 맡은 일본인 강사들도 연수생들의 열의에 감탄하며 현장에서의 적용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사출성형 과정 가토 히데아키 강사는 “사출성형은 특히 실제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고 품질 판단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때문에 사출성형뿐 아니라 금형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 연수생들이 이번 교육을 디딤돌 삼아 더욱 깊게 연구해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술뿐 아니라 원가에 신경 써야 하고 로봇 안전에 대한 위험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히라마쓰 신 로봇 과정 강사도 “연수생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저의 인식과 사고도 바뀌고 활성화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어보였다.
한일재단은 사후관리에도 팔을 걷었다. 기술과제 개선안 및 해결책을 현장에 적용한 성과를 측정해 팔로업(follow up)한다는 취지다. 단순 보여주기식 교육이 아니라 전·후방 연계를 통해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
분야별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사후관리 지도위원이 옵저버(관찰자) 자격으로 참관한 것은 달라진 점이다. 이들 지도위원은 오는 9~10월 교육 참여 기업을 직접 방문해 진단 및 평가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간 따로 운영하던 한일 양국 우수퇴직자 강사와 지도위원을 이번 교육부터 한 자리에 모았다.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일재단은 이러한 유기적 연계 및 관리로 2008~2017년 기술지도 총 529건, 기술인재 519명 양성 등의 실적을 냈다. 세부 성과는 더 좋다. 참여 기업들의 불량률 개선 효과는 31.8%나 된다. 생산 시간(리드 타임)도 평균 15시간 단축됐다. 자연히 매출은 오르고(연간 7571억원 상승) 비용은 줄었다(연간 390억원 절감). 수출 또한 껑충 뛰었다(연간 5720억원 증대). 국고 108억원과 회사 예산 141억원을 투입해 30배에 달하는 7571억원의 매출 증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서석숭 전무는 “교육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교육 참여 기업들이 성장해 세금을 많이 내고, 이를 통해 다시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연수생들이 바라는 교육 기간 연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오산=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지난 22일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 한 강의실. 3일간의 ‘2018 기술인재양성교육’ 마지막 프로그램인 성과토론회에 참석해 소감을 밝힌 연수생들은 이처럼 입을 모았다. 교육 만족도가 무척 높다는 방증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주관한 이번 교육은 △금형설계(프레스금형) △로봇(적용기술) △사출성형(플라스틱) △소성가공(금속) △열처리 △자동화(FA) △절삭가공기계 △표면처리(도금) 등 제조업 뿌리기술 8개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다. 과정별 4~6명씩 총 43명의 연수생은 국내 중소기업 직원들, 기술교육을 맡은 강사는 30년 이상 장인급 경력의 일본 퇴직기술자들이었다.
강사진은 한일재단이 일한재단과 협력해 구축한 현지 우수 퇴직기술자 750여명의 데이터베이스(DB)에서 엄선했다. 10년 전부터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 유치 활용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형성한 한일재단의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대목이다. 풍부한 DB와 네트워크를 토대로 실무 경력, 강의 능력까지 고려한 강사진 섭외가 교육 만족도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덕분에 교육과정은 이론 강의부터 참석 연수생들이 들고 온 해당 기업의 해결과제에 대한 분석·지도까지 담아내는 문제 해결형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2012년 시작한 기술인재양성교육의 경우 올해까지 총 562명이 이수했다.
재단이 이러한 역할을 맡은 것은 설립 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석숭 한일재단 전무는 “1992년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의 결과물로 재단이 만들어졌다. 재단은 대일 무역 적자의 핵심인 부품·소재 및 기초기술 격차 해소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며 “기술인재양성교육은 모으고(gathering) 맺어주며(matching) 훈련시켜(training) 양국 신뢰를 구축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석 연수생들은 심도 있는 교육으로 불량률을 줄이고 공정의 낭비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절삭가공기계 과정 대표 연수생으로 소감을 발표한 ㈜진합의 심규만 부문장은 “현업에 치이다 보면 잊어버리곤 하는 ‘기본’을 강조하는 강의가 인상적이었다”고 평한 뒤 “교육 기간을 늘려 기술적으로 더욱 깊게 습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자동화 과정을 수료한 ㈜제노스의 허의경 팀장도 “회사에서 자동화생산 설비 도입 업무를 맡고 있다. 제가 잘못 판단하면 회사 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지금까지 일해 온 방식과 방향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동안 국내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개론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 ‘확실하게 얻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단순 과제 해결을 넘어 회사 차원의 사활에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로봇 과정 교육을 받은 민승기 ㈜올소로보틱스 대표는 “제품 생산에서 막혔던 부분이 명쾌하게 해결돼 회사가 큰 도움을 받게 됐다”고 귀띔했다. 금형설계 과정의 이재근 몰드프라자 대표 역시 “상사맨 출신으로 50대에 창업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프레스 금형 설계와 제작까지 하는 회사로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확고히 세웠다”고 덧붙였다.
수년간 과정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익힌 한일재단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과정마다 통역을 배정한 점이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표면처리 과정을 이수한 이구산업㈜ 박진묵 사원은 “언어가 달라 소통이 잘 될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배운 것을 빨리 회사에 돌아가 적용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육을 맡은 일본인 강사들도 연수생들의 열의에 감탄하며 현장에서의 적용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사출성형 과정 가토 히데아키 강사는 “사출성형은 특히 실제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고 품질 판단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때문에 사출성형뿐 아니라 금형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 연수생들이 이번 교육을 디딤돌 삼아 더욱 깊게 연구해 발전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술뿐 아니라 원가에 신경 써야 하고 로봇 안전에 대한 위험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히라마쓰 신 로봇 과정 강사도 “연수생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저의 인식과 사고도 바뀌고 활성화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어보였다.
한일재단은 사후관리에도 팔을 걷었다. 기술과제 개선안 및 해결책을 현장에 적용한 성과를 측정해 팔로업(follow up)한다는 취지다. 단순 보여주기식 교육이 아니라 전·후방 연계를 통해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
분야별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사후관리 지도위원이 옵저버(관찰자) 자격으로 참관한 것은 달라진 점이다. 이들 지도위원은 오는 9~10월 교육 참여 기업을 직접 방문해 진단 및 평가한다. 재단 관계자는 “그간 따로 운영하던 한일 양국 우수퇴직자 강사와 지도위원을 이번 교육부터 한 자리에 모았다.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일재단은 이러한 유기적 연계 및 관리로 2008~2017년 기술지도 총 529건, 기술인재 519명 양성 등의 실적을 냈다. 세부 성과는 더 좋다. 참여 기업들의 불량률 개선 효과는 31.8%나 된다. 생산 시간(리드 타임)도 평균 15시간 단축됐다. 자연히 매출은 오르고(연간 7571억원 상승) 비용은 줄었다(연간 390억원 절감). 수출 또한 껑충 뛰었다(연간 5720억원 증대). 국고 108억원과 회사 예산 141억원을 투입해 30배에 달하는 7571억원의 매출 증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서석숭 전무는 “교육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교육 참여 기업들이 성장해 세금을 많이 내고, 이를 통해 다시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연수생들이 바라는 교육 기간 연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오산=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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