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해외 소송·중재도 국내 로펌 두각… 일감 몰아주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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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통상분쟁서 외국 로펌 뺨치는 경쟁력…김앤장·광장 등 잇단 '승전보'
태평양도 90% 이상 승소
한국産 강관 美반덤핑 소송
세종, WTO 제소해 승소
한국정부 통상분쟁 '방패'로
기업 사정에 밝고 소통 원활
비용도 외국 로펌보다 유리
국내 로펌 찾는 발길 이어져
태평양도 90% 이상 승소
한국産 강관 美반덤핑 소송
세종, WTO 제소해 승소
한국정부 통상분쟁 '방패'로
기업 사정에 밝고 소통 원활
비용도 외국 로펌보다 유리
국내 로펌 찾는 발길 이어져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통상분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연이어 터지는 해외 각국의 ‘관세폭탄’ 부과에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국내 수출 품목들도 언제 타격을 입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반(反)덤핑 조사와 담합혐의 조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탈세 조사 등에 대응해 방패 역할을 해줄 법률회사(로펌)를 찾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기업들은 통상분쟁에 맞서야 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외국 로펌에 일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로펌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소송·중재 사건에서 국내 로펌이 잇따라 ‘승전보’를 전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이고 전문성, 소통, 비용 측면에서 외국 로펌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해외 재판 시 ‘보조자’에서 ‘주도자’로 변신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 초 국내 한 조선사에 이란 선주가 제기한 1000억원의 선수금반환 청구(중재)를 기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외국 로펌 도움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 승소해 의미가 큰 사건이라는 게 김앤장의 자평이다. 영국법 적용을 받는 이번 중재에서 이란 측은 영국 로펌의 자문을 받았지만 김앤장에 완패했다.
법률적 전문성과 영어변론능력 면에서 국내 로펌이 외국 로펌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로펌 부동의 1위인 김앤장은 2012년 국제중재 전문지 GAR이 선정한 ‘세계 30대 로펌(GAR30)’에서 24위에 올라 역대 아시아 로펌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국내 로펌이 국내 기업의 해외 소송과 중재 과정에서 ‘리드 카운슬(주도 자문기관)’로 활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동안 ‘서브 카운슬(보조 자문기관)’ 역할에 머물렀지만 해외 승소 경험이 축적되면서 대기업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리드 카운슬로 대형 A자동차 부품회사를 대리해 미국 법무부의 자동차 부품 관련 담합 조사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광장은 업계와 연락하고 접촉했던 이유가 담합과 무관한 기술협력이라는 논리로 미 법무부를 설득했다. 오히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회사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을 소명해 A사의 무혐의를 입증했다. 광장이 기업과 함께 해외 소송 전략을 짜면 외국 로펌은 이를 수행하는 역할만 했다.
광장은 또 미 상무부의 폴리에스테르 단섬유(PSF) 반덤핑 조사에서도 섬유화학업체 B사를 대리해 ‘관세율 0%’를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최종 판정에서 A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한국 업체는 최대 45%, 중국은 최대 103%, 인도는 21%의 ‘관세폭탄’이 부과됐다. 광장은 최근 열린 ‘아시아 리걸 어워즈 2018’에서 단 한 곳을 뽑는 ‘올해의 아시아 로펌’에 선정됐다. 광장은 2015년 포스코를 단독 대리해 3년간의 공방을 끝내고 일본 최대 철강사 NSSMC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합의를 이끌었다.
정부도 통상분쟁 ‘국내 로펌’에 맡겨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금까지 행한 300여 건의 국제 소송 및 중재사건 승소율이 90%를 웃돈다. 박환성 광장 변호사는 “한국 로펌들의 해외 승소율이 부쩍 높아진 덕분에 최근 국내 기업이 연관된 국제 중재사건의 상당수는 한국 로펌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분쟁 등에서 외국 로펌에 의지해온 우리 정부도 국내 로펌에 일감을 맡기는 추세다. 법무법인 세종은 미 상무부가 2014년 한국산(産) 유정용강관에 매긴 반덤핑 관세 부과를 WTO에 제소해 지난해 11월 승소했다. 패소 시 철강업계에 5년간 50억달러의 막대한 수출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이었다. 또 2016년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반덤핑관세가 부당하다고 WTO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선 세종이 한국 정부의 ‘방패’가 돼 관세 유지에 성공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복수의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병행소송과 중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성과를 냈다. 법무법인 바른은 중견·중소기업의 국제중재 및 해외 소송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9개 해외사무소를 통해 해외 소송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왔다.
국제 통상분쟁 건에서 한국 로펌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역량을 갖춘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외국 로펌을 쓰면 인건비와 통·번역 등에 따른 시간 및 비용이 급증한다.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비용 차이는 더 커진다. 미국에서 현지 로펌을 통해 소송 절차를 밟던 국내 한 은행은 같은 소송에서 국내 로펌을 썼던 다른 두 은행보다 두 배나 많은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
로펌 관계자는 “국내사들의 영업 관행과 회계 처리 기준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한국 로펌의 큰 장점”이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임료까지 더해져 국제 통상분야에서 활약이 점점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그동안 기업들은 통상분쟁에 맞서야 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외국 로펌에 일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로펌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소송·중재 사건에서 국내 로펌이 잇따라 ‘승전보’를 전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이고 전문성, 소통, 비용 측면에서 외국 로펌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해외 재판 시 ‘보조자’에서 ‘주도자’로 변신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 초 국내 한 조선사에 이란 선주가 제기한 1000억원의 선수금반환 청구(중재)를 기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외국 로펌 도움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 승소해 의미가 큰 사건이라는 게 김앤장의 자평이다. 영국법 적용을 받는 이번 중재에서 이란 측은 영국 로펌의 자문을 받았지만 김앤장에 완패했다.
법률적 전문성과 영어변론능력 면에서 국내 로펌이 외국 로펌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로펌 부동의 1위인 김앤장은 2012년 국제중재 전문지 GAR이 선정한 ‘세계 30대 로펌(GAR30)’에서 24위에 올라 역대 아시아 로펌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국내 로펌이 국내 기업의 해외 소송과 중재 과정에서 ‘리드 카운슬(주도 자문기관)’로 활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동안 ‘서브 카운슬(보조 자문기관)’ 역할에 머물렀지만 해외 승소 경험이 축적되면서 대기업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리드 카운슬로 대형 A자동차 부품회사를 대리해 미국 법무부의 자동차 부품 관련 담합 조사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광장은 업계와 연락하고 접촉했던 이유가 담합과 무관한 기술협력이라는 논리로 미 법무부를 설득했다. 오히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회사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을 소명해 A사의 무혐의를 입증했다. 광장이 기업과 함께 해외 소송 전략을 짜면 외국 로펌은 이를 수행하는 역할만 했다.
광장은 또 미 상무부의 폴리에스테르 단섬유(PSF) 반덤핑 조사에서도 섬유화학업체 B사를 대리해 ‘관세율 0%’를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최종 판정에서 A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한국 업체는 최대 45%, 중국은 최대 103%, 인도는 21%의 ‘관세폭탄’이 부과됐다. 광장은 최근 열린 ‘아시아 리걸 어워즈 2018’에서 단 한 곳을 뽑는 ‘올해의 아시아 로펌’에 선정됐다. 광장은 2015년 포스코를 단독 대리해 3년간의 공방을 끝내고 일본 최대 철강사 NSSMC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합의를 이끌었다.
정부도 통상분쟁 ‘국내 로펌’에 맡겨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금까지 행한 300여 건의 국제 소송 및 중재사건 승소율이 90%를 웃돈다. 박환성 광장 변호사는 “한국 로펌들의 해외 승소율이 부쩍 높아진 덕분에 최근 국내 기업이 연관된 국제 중재사건의 상당수는 한국 로펌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분쟁 등에서 외국 로펌에 의지해온 우리 정부도 국내 로펌에 일감을 맡기는 추세다. 법무법인 세종은 미 상무부가 2014년 한국산(産) 유정용강관에 매긴 반덤핑 관세 부과를 WTO에 제소해 지난해 11월 승소했다. 패소 시 철강업계에 5년간 50억달러의 막대한 수출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이었다. 또 2016년 일본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반덤핑관세가 부당하다고 WTO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선 세종이 한국 정부의 ‘방패’가 돼 관세 유지에 성공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복수의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병행소송과 중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성과를 냈다. 법무법인 바른은 중견·중소기업의 국제중재 및 해외 소송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9개 해외사무소를 통해 해외 소송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왔다.
국제 통상분쟁 건에서 한국 로펌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역량을 갖춘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외국 로펌을 쓰면 인건비와 통·번역 등에 따른 시간 및 비용이 급증한다.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비용 차이는 더 커진다. 미국에서 현지 로펌을 통해 소송 절차를 밟던 국내 한 은행은 같은 소송에서 국내 로펌을 썼던 다른 두 은행보다 두 배나 많은 비용을 지급하기도 했다.
로펌 관계자는 “국내사들의 영업 관행과 회계 처리 기준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한국 로펌의 큰 장점”이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임료까지 더해져 국제 통상분야에서 활약이 점점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