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시행을 1주일 앞두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운영 매뉴얼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미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둔 유연근로제를 활용해 제도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유연근로제가 모두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실제 적용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는 26일 전국 47개 지방관서 근로감독부서장과 근로감독관 300여 명이 모인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전국 근로감독과장 회의’에서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를 내놨다. 회의를 주재한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필요한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활용하도록 지도하라”고 참석한 감독관들에게 당부했다.

유연근로제는 근로시간 결정과 배치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재량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주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2주 또는 3개월)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성수기와 비수기를 섞어서 3개월 단위기간을 설정하고 성수기엔 주 평균 64시간, 비수기엔 주 40시간을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빙과류·냉난방장비 등 계절적 업종, 여행상품 등의 판매업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선택근로제는 1개월을 단위로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예컨대 오전 10~12시, 오후 1~3시는 의무적으로 일하되 나머지 오전 7~10시, 오후 3~7시 사이엔 근로자가 편한 시간에 근로할 수 있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는 영업직, 택시운송업, 재택근무 등과 같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활용할 수 있다. 탄력·선택근로제가 실제 근로시간을 기반으로 산정하는 데 비해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는 ‘근로한 것으로 인정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 방법, 시간배분 등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다. 신문 방송, 신상품 연구업무, 디자인 고안 등 6개 업무에만 적용할 수 있다.

재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수 조건인 만큼 정부 방침대로 효용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유연근로제 도입 시 대부분 연장근로수당이 감소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반발이 크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탄력근로시간제를 적극 조장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