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이 164억원을 투입해 고리원전 인근에 해안방벽을 설치했지만 침수예방 대책으로 미흡하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한수원은 방벽의 높이를 10m로 설치했지만, 최고 해수위가 17m 이상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소 운전원·정비원 등 원전 종사자들의 '음주근무' 문제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다음은 주요 감사내용이다.
164억 투입 고리원전 해안방벽 미흡… 원전 종사자들 '음주근무'
◇ 고리원전 침수예방책 미흡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정부는 전문가 73명이 국내 원전을 안전점검하도록 했고, 그 결과에 따라 한수원이 2012년 164억여원을 들여 고리원전 외곽에 높이 10m, 길이 2천197m의 콘크리트 해안방벽을 설치했다.

일부 구간은 신설했고, 일부 구간은 기존의 방벽을 보강했다.

해안방벽은 해일 등으로 고리원전이 침수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수리모형실험 등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최고 해수위'를 산정해 해안방벽 높이를 정하지 않고, 정부 점검결과 10m로 전달됐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따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의 계산식에 따라 산출한 결과 고리원전 주변 최고해수위는 10m가 아니라 최대 17.352m(100년 빈도 태풍 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감사원은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공사기간 독촉 등을 이유로 고리원전 냉각수 취수펌프시설을 해안방벽 바깥에 둔 채 방벽을 설치하고, 별도의 침수예방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수원 사장에게 고리원전 해안방벽에 대해 수리모형실험 등을 통해 적정한 침수예방대책을 마련하고, 냉각수 취수펌프시설에 대해서도 침수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164억 투입 고리원전 해안방벽 미흡… 원전 종사자들 '음주근무'
◇ 발전소운전원·정비원 '음주근무'
감사원은 원자력발전소 운전원, 정비원 등 발전소 종사자의 '음주근무'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발전소운전원에 대한 음주측정을 동료인 안전차장이 하도록 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면 대체근무 등 조치를 하도록 규정에 정했다.

감사원은 2011∼2016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수치로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발전소운전원 21명의 적발 당일 행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3명이 적발 후 11분∼8시간 내 근무에 투입돼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보니, 음주근무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음주량·체중·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적하는 계산식이다.

가령 월성발전소 터빈 현장운전원 A씨는 2016년 2월 26일 오전 1시 20분 혈중알코올농도 0.16%로 음주교통사고를 냈고, 같은날 오전 7시 26분 출근해 안전차장의 측정에서 0.05% 이상이 나왔음에도 그대로 근무했다.
164억 투입 고리원전 해안방벽 미흡… 원전 종사자들 '음주근무'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된 정비원 3명 역시 음주상태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한수원 사장에게 음주측정을 동료가 아닌 제3자가 하도록 하고, 2011∼2016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으로 음주운전 단속 적발 후 몇 시간 이내 원전에 출입한 21명에게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밖에 원전 인근 지자체가 방사능 재난 발생에 대비한 구호소를 지정하면서 3개 지자체는 교육청과 협의 없이 11개 학교를 구호소로 지정해 학교 측이 이를 모르고 있고, 9개 지자체는 구호소 수용가능 인원을 적정치보다 최대 900% 초과하게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164억 투입 고리원전 해안방벽 미흡… 원전 종사자들 '음주근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