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A씨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식을 치렀다.
24살에 한 결혼이기 때문에 대학 동기 중에는 아직 학생인 친구들도 많았다.
동기 중 첫 결혼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았다.
"꼭 결혼식 불러줘", "첫 결혼식 참석인데 뭐 입고 가지?", "청첩장 언제 줄거야" 등 단체 대화방에는 결혼 관련 대화가 오갔고 A씨는 동기 중 절친 2명을 비롯해 총 12명을 불러 밥을 사고 청첩장을 줬다.
A씨의 절친 2명은 따로 돈을 모아 커피 머신과 컵 세트 등을 선물로 줬고 결혼식 당일 일찍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줬다. A씨는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절친을 제외한 10명의 친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축의금으로 1만 5000원씩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첩장을 주면서 밥 사준 것도 1인당 1만 5000원은 넘었을 뿐 아니라 결혼식 뷔페 식대도 1인당 4만 원이었다.
그 친구들 중에는 학생은 물론 학원 강사를 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다.
결혼식 온다고 옷 사고 신발 샀다고 자랑하던 친구들이 축의금으로 1만 5000원씩을 낸 것에 어이가 없었다.
A씨는 이때까지도 취업 준비하느라 정신없겠지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신혼여행 다녀올 때 선물 꼭 사와"는 물론 "신혼집 한번도 못 가봤으니 집들이에 꼭 초대해줘" 등 갖은 요구를 해댔다.
A씨는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며 "단체 대화방에 기분 나쁜 소리 한마디 해도 되겠느냐"고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잘 됐다고 생각해라. 그 친구들 결혼할 때 남편이랑 가서 3만 원 내면 된다", "내가 20살 때도 축의금 5만 원 했는데 최소한 밥값은 내고 가야지 중고딩도 아니고", "본인들이 축의금 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긴 했겠지만 원래 여러 명이 하면 죄책감이 덜어지는 법이다. 청첩장 주면서 밥도 사고 좀 서운하긴 하시겠지만 그냥 잊어라", "단체 대화방에 기분 나쁜 소리 하면 단언하는데 혼자만 이상한 사람 된다. 정색하고 서운해할 필요 없이 딱 온 만큼만 해주면 된다", "애초에 돈 때문에 친구들 부른 것도 아닐 것이고, 축하해 달라고 부른 것이니 고맙긴 한 거다", "하... 요즘 치킨도 1만 5000원이 넘는데", "일찍 결혼하면 이런 게 좀 문제다. 친구들이 어리니까 축의금이나 그런 것에 개념이 없었던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