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JB금융그룹 회장(사진)은 “JB금융을 은행을 넘어 디지털 솔루션을 판매하는 정보기술(IT) 회사로 만들겠다”고 27일 밝혔다.

김한 JB 회장 "IT회사 변신… 지방銀 한계 넘겠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JB금융이 개발한 디지털 솔루션 ‘오픈뱅킹 플랫폼(OBP)’을 소개하려고 최근 네덜란드에 다녀왔다”며 “누구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유망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OBP는 ‘오픈API 시스템’에 기반한 금융 플랫폼이다. API는 한 시스템의 소프트웨어가 통신하고 있는 다른 시스템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표준이다. API를 공개하면 일반 개발자들이 금융회사의 고객정보와 계좌정보 등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쉽다.

김 회장은 디지털 혁신으로 금융업의 판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회사가 독점 공급하던 금융 서비스 주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혁신 흐름을 읽기 위해 2016년부터 세계 최대 핀테크 콘퍼런스인 ‘머니(Money)20/20’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머니 20/20 아시아’에 참석해 OBP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는 10월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머니 20/20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지금은 스마트폰에 은행 앱(응용프로그램), 증권 앱 등 여러 금융 앱이 깔려 있지만 점차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며 “지방은행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회를 잡기 위해 지난해 7월 OBP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전 세계 유망 핀테크 기업들을 플랫폼에 끌어들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OBP를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 적용하기 위해 디지털 채널 글로벌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첨단 전산기술 개발과 도입, 확산에 적극 나서 ‘IT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해 IT에 거부감이 없고 친숙하다고 했다.

그는 “3000억원을 투입해 2013년 은행권 최초로 전북은행에 자바(JAVA) 기반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기존 시스템과 달리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가능하고 신기술이나 신제품 도입이 쉽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45억원을 들여 전북은행의 전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코스콤, 주택금융공사 등도 지난해 새로운 전산망 도입을 검토하면서 JB금융그룹의 전산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