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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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화단에 있던 일명 '홍준표 나무'가 지난 27일 송두리째 뽑혔다.

이 나무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6년 6월 1일 취임 이후 3년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채무를 모두 갚은 것을 기념해 심은 '채무제로 나무'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포크레인을 동원해 작업 시작 5분여 만에 홍준표 나무는 뿌리채 뽑혀 트럭으로 이송됐다. 기념 나무 앞의 표지석은 제거하지 않았다.

홍준표 전 지사는 재임 시절 '채무제로 기념수'로 처음에 사과나무를 심었으나 5개월 만에 말라죽자 다시 주목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 나무도 반년을 넘기지 못해 누렇게 말라 들어가자 지난해 4월 세 번째 나무인 주목을 또 심었지만 결국 철거됐다. 세 번째 심은 주목 역시 갈변 현상을 보이다가 지난 25일 산림 전문가로부터 최종 고사 판정을 받았다.

잇따른 교체에다 홍 전 지사 사퇴 이후 적폐의 상징으로 찍힌 이 나무를 놓고 그동안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채무제로 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채무제로 나무 철거현장에서도 "홍 전 지사가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채무제로는 경남도민의 고통과 눈물로 만들어졌다"며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의 밥을 빼앗고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등을 전용해 만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제로 나무만 없앨 것이 아니라 표지석도 같이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는 이 날 나무만 철거하고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상남도지사 홍준표'가 적힌 표지석은 정치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채무제로 나무 철거와 관련해 홍 전 지사 재임 때 행정부지사로 근무한 윤한홍 국회의원은 "경남지사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전임 도지사 지우기부터 한다"고 반발했다.

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 번 생긴 채무는 갚는 것이 정말 어렵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며 "정쟁으로 사람을 미워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된 정책까지 미워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전임 도지사가 힘들게 이뤄낸 채무제로 정책을 단지 흠집 내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피땀 흘려 집 대출금 다 갚았더니, 호의호식하던 자식이 물려받은 집을 담보로 흥청망청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