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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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독자 생존을 위한 거래를 시작했다. 그들의 계획은 가까운 장래에는 의미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마도 부적절할 것이다.

메르켈과 마크롱은 정상회담에서 다소 변화무쌍한 형태의 ‘유로존 재정연합(유로존 공동예산)’을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기여금과 EU 관료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EU) 자체 수입’, 두 가지로 충당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그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건 상관없다. 메르켈은 유로존 공동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루비콘강’을 건넜다.

유로화의 원래 비전이자 최선의 비전은 일종의 금본위제와 가깝다. EU 회원국은 (EU에 가입하는 대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EU의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유로화 체제’의 취지다. 이를 지키는 것은 EU 회원국에는 (EU 가입을 위한 일종의) 입장료다.

이런 모델이 작동하려면 규칙을 어기는 회원국을 통화블록에서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메르켈은 유로존 위기 속에서, 그리고 독일 정치권의 동의 아래에서, 정치적 원칙으로 ‘어떤 유로존 국가도 유로존을 떠나선 안 된다’고 결정해 버렸다.

그 결과 독일 납세자들은 유로존의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됐다. (독일과 프랑스, 두 정상의) 합의는 이를 공식화하기 위한 시작점일 뿐이다. 정치적 문제를 제쳐두면 유로존 공동예산이 직면한 문제는 경제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독일은 거기에 낼 돈이 없다.

(지금 당장은) 독일의 재정이 유로화의 장래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재정흑자 규모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2%다. 지난해 기준으로 380억유로에 달한다. 독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2년 GDP 대비 80%에서 지난해 64%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EU 기준치인 60%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니) 독일을 압박해 여유자금을 쓰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치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국제통화기금(IMF), 각계 전문가들은 독일이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이 정도 ‘눈높이’에 맞출 만큼 충분한 돈이 없다.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수십년간 독일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는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독일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심각하다.

2016년 독일 재무부를 위해 작성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연금 지급, 의료비 지출 등 고령화 관련 소비지출은 2014년 GDP의 26%에 달했다. 정부 예산지출의 6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인구 구조, 고용 여건, 경제 성장과 관련해 (보고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했는데 이 중) 낙관적인 가정에 따르면 이 소비지출은 2060년 GDP의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정부 예산 지출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독일 정부는 이걸 감당할 수 없다. 독일은 지난 20년간의 개혁으로 은퇴 연령을 높였다. 은퇴 연령은 2030년에 67세가 된다. 세율과 혜택은 더 나은 균형을 위해 조정됐다(세율은 높아지고 혜택은 줄었다).

그러나 이런 개혁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낙관적인 가정에 따르더라도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로 2060년 독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75%로 높아질 전망이다. 비관론자들은 이 비율이 2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비율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추정치는 너무 다르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독일 정부가 향후 4~5년간 재정흑자를 확대해 연간 1100억유로 수준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려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각종 혜택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현재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지 않다. 세금을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경제성장을 짓눌러 재정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독일이 장기적인 지급 부담을 관리하는 데 지금까지 다른 나라보다 엄격했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고,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 엄연한 현실이며, 이는 독일의 재정 여력은 물론 독일이 다른 유로존 국가를 지원하려는 의지를 줄일 것이라는 게 문제다.

유로존은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섣불리 대안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독일과 유로존이 재앙을 피하려면 경제성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독일의 계획은 뭘까.

원제=Don’t Count on an Aging Germany to Save the Euro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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