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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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성숙 단계에 들어선 유료 방송·통신 사업을 보완·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J헬로가 키우고 있는 신성장동력의 키워드는 ‘지역 맞춤형’이다. 지난 18년간 전국 24개 사업권역(SO)에서 케이블TV 사업을 해오며 구축한 차별화한 지역 경쟁력을 토대로 도시재생 및 스마트시티,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렌털 사업 등 각 지역에 적합한 생활밀착형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가 신사업 추진 발판”

CJ헬로는 케이블TV와 알뜰폰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2000년 양천방송을 인수하며 케이블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425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역시 86만여 명으로 40여 개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다.

케이블TV 사업은 전국 78개 권역별로 지역 사업권을 부여받는다. CJ헬로가 보유한 24개 사업권역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케이블TV 사업의 강점은 바로 이 같은 지역성이다. 지역 밀착형 뉴스, 지역 맞춤 재난방송 플랫폼 구축, 지역 경제·문화 활성화 콘텐츠 확대 등을 통해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차별화된 지역 콘텐츠가 빛을 발했다. CJ헬로의 지역채널 25번에선 지역 밀착형 선거방송을 내보내며 각 지역 내 시장, 군수, 구청장까지 우리 동네의 적합한 일꾼을 찾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채널의 개표방송 평균 시청률은 일부 종편 채널을 넘어서기도 했다.

CJ헬로가 추진하는 신사업도 지역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케이블TV 사업을 하며 쌓아온 지역 네트워크가 신사업 추진의 발판”이라며 “지역과 고객만 빼고 모든 서비스를 진화시킨다는 생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 사업 진출

CJ헬로는 최근 에너지 절감 서비스와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전기에너지 효율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워클라우드(power cloud)’ 사업이다. 인공지능(AI)과 IoT 기술로 전기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전력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파워클라우드 사업의 첫 단추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다. ESS는 전력을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에너지 절감 시스템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전력을 저장해 낮 시간에 이용할 경우 요금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작년 12월 서울대와 70억원 규모의 ESS 투자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준공을 완료했다. CJ헬로는 이를 시작으로 투자 사업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 공공, 산업 단지 등 총 19개소 ESS 계약을 완료했다. 2020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소 2기 생산량에 준하는 약 600㎿h의 전력을 절감시키는 게 목표다.

가정에서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홈 스마트 에너지 매니저’를 개발, 에너지 신사업 범위를 가정으로도 확장할 방침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케이블TV 기반 지역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 밀착형 ICT 프로젝트 시동

CJ헬로는 파워클라우드 같은 에너지 신기술을 접목한 지역 맞춤형 스마트시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 관제, 공기질 측정·관리 등 IoT 서비스, 지능형 폐쇄회로TV(CCTV), 첨단농법을 활용한 스마트팜까지 ICT 융복합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인 만큼 이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도시재생 사업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VR 사업도 공들이는 분야다. 먼저 놀이형 VR 체험시설을 통해 초기 VR 시장에 안착한 뒤 가정 내 VR 플랫폼을 대중화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TV 사용자가 집안에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장비를 머리에 쓰고 VR 플랫폼에 접속하면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형 콘서트의 현장감과 감동을 VR로 전달하는 것이 CJ헬로가 생각하는 VR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 가입자 기반과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렌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작년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렌털과 사후관리, 생활 케어서비스 사업을 추가한 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부터 헬스, 레저, 생활용품까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렌털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케이블 서비스에 AI·빅데이터 기술 접목

기존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작년 선보인 AI 기반 스마트 셋톱박스 ‘헬로tv UHD 레드’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음성인식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음성 명령으로 초고화질(UHD) 방송 녹화가 가능하다. 200여 개 채널을 대상으로 2개 채널 동시 녹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원격녹화 등의 기능을 갖췄다. 본방송 시청 중에 최대 90분까지 놓친 화면을 되돌려보는 타임머신TV 기능도 추가했다.

지난 1월에는 차세대 케이블TV UI(사용자 인터페이스)인 ‘알래스카’를 전국 24개 권역에 모두 적용했다. 사내 개발팀과 외부 전문가 200여 명의 인력이 2년간 개발한 시스템이다. 알래스카 적용으로 CJ헬로 가입자는 TV 화면 배경을 스마트폰에서처럼 원하는 콘텐츠로 선택해 바꿀 수 있다. 가로 UI 디자인을 도입해 대형 TV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오는 효과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듯 메뉴 간 이동이 간편하도록 했고 속도는 높였다. 퀵 브라우징, 하위 메뉴 미리보기 기능도 추가했다. 또 CJ헬로가 서비스하는 TV 기반의 차세대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뷰잉’은 국내 OTT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의 초고화질(4K UHD)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