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행정권 남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위법성 문제가 해소된 가운데 소급 규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 제공.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행정권 남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위법성 문제가 해소된 가운데 소급 규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 제공.
국토교통부가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불법 등기이사를 지냈던 진에어에 대해 두 달 가까이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행정권 남용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16년 이미 조현민 전 전무가 법률적 검토 미흡을 이유로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위법사항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급해 처벌하려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과 조사 결과를 이번주 안에 발표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5일 세종시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진에어 면허취소 문제에 대해) 이달 중 최종 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가장 강력한 제재인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 일정기간 영업활동을 못하게 하는 면허정지, 면허를 취소한 뒤 적용기간을 1~2년 늦추는 유예조치, 대규모 과징금 등을 가능한 시나리오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외국인 신분인 조현민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 자체로 국토부는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 항공사업법과 항공보안법상 외국인 국적을 가진 자를 임원으로 등록할 경우 정부가 해당 항공사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전 전무는 1983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자다. 진에어는 2010~2016년까지 6년간 조 전 전무를 기타비상무·사내이사로 등재했다. 그러다가 조 전 전무는 2016년 3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외국인 국적자의 등기이사 등재가 법률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이뤄진 조치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4월 조현민 전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진에어 등기이사 문제로까지 번지자 뒤늦게 진에어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진에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항공운송사업 면허 변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지적이나 행정지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 김현미 장관도 간담회 자리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외국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왜 당시 국토부가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김현미 장관이 진에어 면허취소 조사와 함께 내부 감사를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 결과 역시 29일 발표된다. 김 장관은 "담당 과에서 제도상 지도,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를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이미 엄포를 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당시 적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조 전 전무의 자격 문제를 거론했으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일"이라면서 "진에어가 불법성을 해소한 상황에서 면허취소 등의 제재를 가한다면 행정권 남용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가 법률 검토를 맡긴 일부 로펌에선 위법성이 해소된 상황에서 항공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가 고의로 서류를 누락하지 않은 이상 소급 적용은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면허취소를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에어 매출의 100%가 항공운송사업을 통해 나오는 상황에서 면허취소는 '사망선고'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진에어 직원 1900여명과 협력사 1만여명 등 애꿎은 임직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도 김현미 장관에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결과 발표 전까지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