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도 건축가도 비판… 잠실5단지 국제설계공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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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를라' 쉬쉬하는 사이 주민들 집단 반발…"매주 시청 앞 집회"
서울 한강 변에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국제설계공모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며 재건축 아파트 최초로 국제설계공모를 도입했으나 당선작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 행정 처리 과정에서 잠실5단지 조합원과 당선작 건축가 모두의 비판을 받고 있다.
잠실5단지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주민 의사 배제된 설계공모"…청와대 청원까지
28일 오후 잠실5단지 주민 30여 명은 서울시청 앞에 모여 "조합원 의사가 배제된 국제설계공모작 무효화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그간 단지 내에서 집회를 열던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까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시청 앞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유득상 잠실5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서울시가 관련 법규나 근거 없이 국제설계공모를 요구했으며 공모 진행,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됐다"며 "국제설계공모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에서 주도한 잠실5단지 국제설계공모 과정에 직권남용은 없었는지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다.
잠실5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최초의 초고층(50층) 재건축 아파트로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주거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때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지의 초고층 재건축이 허용된 것은 잠실역 부근이 '광역 중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강남·여의도 등 도심과 용산·잠실 같은 광역 중심지에는 주상복합 건물을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대신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참여하는 국제설계공모를 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로변 쪽 아파트가 보행자들을 가로막는 '벽'이 되지 않고 도시와 잘 어우러지게 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됐다.
잠실5단지 조합장 명의의 공문에 따르면 설계공모는 박원순 시장이 요구한 사안이다.
조합이 먼저 국제공모를 추진해달라는 요구를 서울시에 하면,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갖췄다.
공모전에는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 등 유수의 건축가들을 초청했다. ◇ 서울시, 국제설계공모 제도개선 추진
문제는 당선작이 결정된 지난 3월 30일 이후 불거졌다.
서울시는 당선작을 응모 팀 번호로만 공개했을 뿐 공식적으로 누가 당선됐는지 결과 발표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공식 발표는 없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하면 집값이 들썩일 수 있어 쉬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던 중 일부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조성룡 건축가가 당선됐다는 정보가 돌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들썩였다.
공식적 정보와 설명 없이 당선작 조감도를 보게 된 일부 주민은 당선작대로 아파트가 지어지면 단지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도로 탓에 생활공간이 분리되고, 잠실사거리 앞 광장이 시위장소로 변할 수 있다며 집단 반발을 시작했다.
잠실5단지 조합원 김 모 씨는 "국제공모전 당선작을 정해놓고도 서울시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모든 조합원이 총회를 2주일 앞둔 5월 중순에야 조감도와 구체적 정보를 보게 됐다"며 "공청회, 설명회도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설계 내용은 정비계획 수립용이며, 변경의 여지가 있으므로 최종 정비계획이 결정된 이후 당선작과 설계도를 공개할 예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내홍 끝에 지난 2일 정기총회를 열어 찬성률 73.8%로 조성룡 건축가의 설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반발·반대집회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국제설계공모 참여를 요청받은 조성룡 건축가 측도 당선작으로 선정된 뒤 어려움만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조 건축가는 "공공에서 국제설계공모를 했다면, 그대로 결정해 민간과 협의하는 게 맞다"며 "공공에서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서울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설계공모라는 '판'을 벌인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한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당연히 당선작을 공개한 뒤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며 "조합원 총회 전 당선되지 못한 우리 작품을 다시 설명해보라는 조합 측의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 설계공모를 주최한 서울시가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건축가에게 맡겨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국제설계공모는 처음이라 서울시로선 잠실5단지의 선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국제설계공모를 처음 진행하다 보니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있었다"며 "현재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며 재건축 아파트 최초로 국제설계공모를 도입했으나 당선작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 행정 처리 과정에서 잠실5단지 조합원과 당선작 건축가 모두의 비판을 받고 있다.
잠실5단지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주민 의사 배제된 설계공모"…청와대 청원까지
28일 오후 잠실5단지 주민 30여 명은 서울시청 앞에 모여 "조합원 의사가 배제된 국제설계공모작 무효화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그간 단지 내에서 집회를 열던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까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시청 앞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유득상 잠실5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서울시가 관련 법규나 근거 없이 국제설계공모를 요구했으며 공모 진행,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됐다"며 "국제설계공모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에서 주도한 잠실5단지 국제설계공모 과정에 직권남용은 없었는지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다.
잠실5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최초의 초고층(50층) 재건축 아파트로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 따라 주거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때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지의 초고층 재건축이 허용된 것은 잠실역 부근이 '광역 중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강남·여의도 등 도심과 용산·잠실 같은 광역 중심지에는 주상복합 건물을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대신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참여하는 국제설계공모를 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로변 쪽 아파트가 보행자들을 가로막는 '벽'이 되지 않고 도시와 잘 어우러지게 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됐다.
잠실5단지 조합장 명의의 공문에 따르면 설계공모는 박원순 시장이 요구한 사안이다.
조합이 먼저 국제공모를 추진해달라는 요구를 서울시에 하면,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갖췄다.
공모전에는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 등 유수의 건축가들을 초청했다. ◇ 서울시, 국제설계공모 제도개선 추진
문제는 당선작이 결정된 지난 3월 30일 이후 불거졌다.
서울시는 당선작을 응모 팀 번호로만 공개했을 뿐 공식적으로 누가 당선됐는지 결과 발표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공식 발표는 없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하면 집값이 들썩일 수 있어 쉬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던 중 일부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조성룡 건축가가 당선됐다는 정보가 돌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들썩였다.
공식적 정보와 설명 없이 당선작 조감도를 보게 된 일부 주민은 당선작대로 아파트가 지어지면 단지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도로 탓에 생활공간이 분리되고, 잠실사거리 앞 광장이 시위장소로 변할 수 있다며 집단 반발을 시작했다.
잠실5단지 조합원 김 모 씨는 "국제공모전 당선작을 정해놓고도 서울시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모든 조합원이 총회를 2주일 앞둔 5월 중순에야 조감도와 구체적 정보를 보게 됐다"며 "공청회, 설명회도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설계 내용은 정비계획 수립용이며, 변경의 여지가 있으므로 최종 정비계획이 결정된 이후 당선작과 설계도를 공개할 예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내홍 끝에 지난 2일 정기총회를 열어 찬성률 73.8%로 조성룡 건축가의 설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반발·반대집회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국제설계공모 참여를 요청받은 조성룡 건축가 측도 당선작으로 선정된 뒤 어려움만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조 건축가는 "공공에서 국제설계공모를 했다면, 그대로 결정해 민간과 협의하는 게 맞다"며 "공공에서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서울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설계공모라는 '판'을 벌인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한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당연히 당선작을 공개한 뒤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며 "조합원 총회 전 당선되지 못한 우리 작품을 다시 설명해보라는 조합 측의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 설계공모를 주최한 서울시가 중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건축가에게 맡겨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국제설계공모는 처음이라 서울시로선 잠실5단지의 선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국제설계공모를 처음 진행하다 보니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있었다"며 "현재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