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父女의 감태, 미쉐린을 홀리다
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김은 아니다. 실처럼 가늘고 밝은 초록빛이 돈다. 바다 향이 아주 짙고 맛은 쌉싸름한데 씹다 보면 단맛이 돈다. 바다의 약초라 불리는 해조류 ‘감태’ 이야기다.

서산 父女의 감태, 미쉐린을 홀리다
충남 서산에 있는 송원식품은 감태 가공업체다. 이 회사의 송철수 명인은 감태가 일반인에게 생소하던 30여 년 전부터 갯벌을 뒤져가며 감태를 채취해 팔았다. 그는 어쩌다 감태에 꽂혔을까. 어떻게 고급 해조류 식품 반열에 올려놨을까. 송 명인과 그의 딸 송주현 대표를 만났다.

송 명인은 국내 유일의 감태 발명 특허를 갖고 있는 감태 명인이다. 처음엔 다른 어촌 상인들처럼 건새우 등 잘 알려진 건어물을 팔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감태에 매료돼 감태 가공법을 개발, 본격적인 보급에 나서고 있다. 감태 작업도구를 직접 제작한 것은 물론이고 구운 감태 등 다양한 감태 가공품도 생산하고 있다. 감태 식품화 선구자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서산 가로림만 일대의 5개 마을 어민 30여 명이 송 명인과 협업해 감태를 채취한다. 갯벌에 펼쳐져 있는 감태 중 부드러운 부분만을 골라 손으로 직접 뜯는다. 감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만 나온다. 이때 수확한 감태를 해풍에 말려 연중 먹는다.
서산 父女의 감태, 미쉐린을 홀리다
송원식품의 감태는 미국의 미쉐린 3스타 식당인 샌프란시스코 베누, 벨기에의 미쉐린 2스타 식당인 레르 뒤 탕에 공급된다. 한국에선 정식당, 밍글스, 두레유 등의 레스토랑에서 송원식품 감태를 맛볼 수 있다.

송 명인이 감태를 만난 것은 1980년대 초반. 서산시장에서 건어물을 팔던 중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그때부터 감태가 나오는 바다를 찾아 전국을 누볐다. 서해안의 웬만한 갯벌과 섬은 다 돌았다. 그렇게 1년을 헤맨 그에게 어느 날 초록빛 바다가 기적처럼 펼쳐졌다. 추운 겨울, 그토록 찾아 헤매던 감태가 물 빠진 바닷가를 물들이고 있었다.

어민들은 감태가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판로가 마땅찮아 지천에 널렸어도 채취할 생각을 안 했다. 송 명인은 어민들을 설득해 감태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한겨울 추울 때 채취해야 하니까 손이 다 얼고,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굉장히 고생했어요.”

원초 채취 후 가공 과정에 들어간 다음에도 힘든 일은 이어졌다. 가늘고 긴 감태 특성상 세척도 한두 번으론 안 됐다. 일반 김 틀에 말리면 제대로 마르지 않아 별도의 틀을 개발했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을 때까지 한 3년은 걸린 것 같아요.”

그렇게 가공한 감태를 서산 전통시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 1년에 1만5000장가량 팔리던 감태는 지금은 송원식품 ‘바다숲’ 브랜드로만 연간 250만 장이 팔린다. 감태는 김보다 비싼 편이다. 이 회사의 구운 감태는 가로 270㎜, 세로 310㎜짜리 7장에 7500원을 받는다. 김이나 파래처럼 대규모 양식이 안 되고 제품 특성상 가공 과정도 기계화가 어려워 손이 많이 가는 탓이다.

송주현 대표가 사업에 합류한 것은 2013년이다. 휴대폰 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던 송 대표는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개발한 감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랐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에 뛰어든 송 대표는 생산 공정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을 받았다. 그러자 유명 셰프들이 송원식품의 감태를 찾기 시작했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감태롤, 정식당 임정식 셰프의 감태 쌈밥, 카덴 정호영 셰프의 감태 후또마끼 등이다.

마니아층 위주였던 감태가 점차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CJ 계절밥상과 제일제면소, 바푸리김밥, 봉우리 한정식 등 식당 체인에서도 송원식품의 감태를 찾았다.

감태 시장이 생기면서 서산 가로림만 어민들은 겨울철 소득원을 얻었다. 송원식품은 가로림만에서 채취한 감태만을 사서 쓴다. 기업과 지역의 어촌계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꿈꾼다.

서산=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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