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 성장 한계 부딪히자
1991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와인회사 설립으로 新사업 진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긴다
조카인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
김정수 일신방직 사장과 함께
의류 '지오다노' 초콜릿 '고디바'
화장품 '더바디샵' 사업 본격화
될 때까지 끝까지 버틴다
와인 등 적자에도 꾸준히 투자
10년 지나자 이익 나기 시작
화장품 영업이익, 전체의 26%

1990년부터 신사업 준비

사업은 우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택했다. 와인이었다. 대학 때부터 와인을 즐겨 마시던 김 회장이 신동와인을 설립한 것은 1991년. 국내 와인 수요가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후에도 신동와인은 10여 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도 버텨냈다. 2000년대 초부터 와인 수요가 급증하며 2004년부터 신동와인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신동와인 연 매출은 200억원 정도로 와인 수입시장 점유율 5위다.
1994년에는 홍콩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를 들여왔다. 일신창업투자가 홍콩 지오다노와 합작해 ‘지오다노’를 설립한 것. 일신방직이 지오다노 홍콩 본사에 면사를 납품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지오다노는 국내 캐주얼 의류 시장의 성장과 함께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일신방직이 자회사인 신동의 주력 사업을 봉제에서 부동산임대업으로 바꾼 것도 1990년대 초다.
능력 갖춘 조카들과 함께 신사업을

1996년 일신방직은 비에스케이코퍼레이션을 세워 화장품 사업을 준비했다. 외환위기 직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신방직 관계자는 “화장품산업은 경기 민감도가 낮고 불경기 때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1998년부터 영국 브랜드 더바디샵 사업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벌써 20년째 하고 있는 사업이다. 최근 몇 년 새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매장 수는 199개로 늘었다. 화장품 사업은 2000년대 후반 섬유부문의 악화된 수익성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고 일신방직 관계자는 전했다.

김 회장이 무턱대고 이 사업을 한 건 아니다. 신사업을 믿을 만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함께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조카인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와 김정수 일신방직 사장이 그들이다. 고 대표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으로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거친 투자 전문가다. 김 사장은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들은 일신방직 신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업의 경쟁력도 유지

김 회장은 1982년 일신방직 대표가 된 직후 “어느 조직이든 서로의 장점을 살려 조화를 이룰 때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사람이건 사업이건 장점을 살려 꾸준히 함께하다 보면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1983년과 2005년 광주 2공장과 충북 청원공장을 화재로 잃는 사고를 겪었다. 이때도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월급을 줄이지 않고 버텨냈다.
사업에서도 그의 말대로 일신방직은 섬유와 화장품, 투자, 와인 부문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