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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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는 쉼표 없이 진행 중이다.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계춘할망’에 이어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변산’까지…. 작품 완성도를 떠나서 그는 늘 캐릭터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배우다. 영화 ‘변산’의 개봉을 앞두고 여주인공 ‘선미’를 연기한 김고은을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선배들이 이준익 감독님과 일했을 때 너무 행복했다고 해서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변산’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무슨 말인지 완벽하게 알았습니다. 그게 다 감독님의 힘이었어요. 현장에서 얼굴 찡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계속 웃음만 나는 현장이었죠. 두세 달 동안 긍정적인 에너지가 쏟아지니까 힐링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재잘재잘 말하는 김고은의 모습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도깨비’ 속 지은탁의 모습이 겹쳐졌다. ‘변산’에서는 역할을 위해 체중을 8㎏이나 늘리고 찰진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했다. 그 어떤 배역보다 여주인공을 맡은 그의 연기가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 감독은 그래서 “김고은이 타고난 재능으로 색을 왕창 입혔다”고 했다.

“제가 원래 좀 웃겨요. 하하. 배우들끼리 촬영 기간에 워낙 친하게 지내서 그런 편안함 속에 나오는 조합이 좋았던 것 같아요. 데뷔 이후 ‘변산’의 선미 같은 캐릭터 결을 표현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막연하지만 외형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인물이 있는데, 선미는 마른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선미는 첫사랑 학수(박정민 분)의 두 줄짜리 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인물. 서울에서 무명 래퍼로 살고 있는 그를 고향 변산으로 소환해 끝내 성숙하게 만들며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함께하는 캐릭터다. 김고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배이기도 한 상대역 박정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민 선배는 존중하는 동료 배우에서 존경하는 배우가 됐어요. ‘나는 선배 앞에서 노력한다는 말을 쓸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까지 했죠. 정민 선배는 될 때까지 하는, 자기를 굉장히 몰아붙이는 스타일입니다. 스크린에서 왜 대단한 배우로 인정받는지 현장에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그에게 ‘변산’의 매력 포인트가 뭐냐고 물었더니 조목조목 짚어 내려갔다.

“첫째, 연기를 보는 재미가 엄청나요. 조연 배우들까지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데다 장항선 선생님의 반가운 복귀작입니다. 둘째, 감정을 크게 강요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매력이에요. 그냥 흘러가는 내용 안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감정선이 보시기에 굉장히 편안할 겁니다. 기분 좋게 웃으면서 극장을 나설 수 있어요. 위로와 힐링을 받을 수 있는 영화지요. 셋째,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이준익 감독님의 유쾌한 작품이랍니다.”

박미영 한경텐아시아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