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숨은 천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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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아픈 아이들 위해…수익과 무관한 특수식품 생산
CJ제일제당
단백질 섭취 못하는 환아용 '저단백 햇반' 출시
남양유업
뇌전증 영유아 위해 액상형 분유 '케토니아' 개발
매일유업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 '앱솔루트' 생산
정식품
소아 당뇨 환자 위한 특수식 '그린비아' 30년째 제조
CJ제일제당
단백질 섭취 못하는 환아용 '저단백 햇반' 출시
남양유업
뇌전증 영유아 위해 액상형 분유 '케토니아' 개발
매일유업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 '앱솔루트' 생산
정식품
소아 당뇨 환자 위한 특수식 '그린비아' 30년째 제조
“아기가 태어난 지 5일 만에 피검사를 했는데 20만 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호모시스틴뇨증이었어요. 평생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절망과 자책감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청소년이 된 지금도 제 아이는 0~3세용 1단계 분유를 매일 1530mL씩 먹으며 잘 크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분유’를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근 매일유업 중앙연구소에 도착한 한 엄마의 편지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 8종을 만들고 있다. 고(故) 김복용 창업자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CJ제일제당 정식품 등도 소수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수익과 무관한 특수 식품을 만들고 있다.
1%를 위한 분유, 0.0004%를 위한 햇반
페닐케톤뇨증(PKU)은 선천성 대사질환이다. 신생아 5만~6만 명당 한 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병이다. 일반 음식을 먹으면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쌓여 정신지체나 성장 장애로 이어진다. 엄격하게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회장은 1999년 한 대학병원에서 희귀병을 앓는 아이를 만난 뒤 이 가족을 위한 분유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19년째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일반 분유에는 50여 가지 원료가 필요하지만 특수 분유는 20가지 수입 원료가 추가로 필요하고 제조 비용도 더 든다. 연간 3억~4억원씩 손실을 낸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특수 분유를 추가로 개발하고 환아와 가족을 응원하는 행사도 매년 열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외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초청해 특수식으로 구성한 메뉴를 제공하는 ‘하트밀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PKU 환자를 위해 ‘저단백 햇반’을 만든다.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쌀밥의 약 10% 수준인 이 햇반은 2009년 출시됐다. 당시 회사 직원이 PKU를 앓는 두 딸이 있어 매번 일본에서 고가에 수입한 즉석밥을 먹이고 있던 게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됐다. 비싸고 맛없는 일본산 즉석밥을 매번 공수해야 하는 사연을 들은 회사 임원들은 연구개발(R&D)을 결정했고 7개월 만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도 개당 2000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아픈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끼지 말라”고 결단했다. PKU캠프에서 시제품을 시식해 본 환아의 부모들은 말 없이 눈물만 흘렸고, 이후 감사를 전하는 여러 통의 손편지가 쏟아졌다.
“아픈 아이들을 없게 하라”
남양유업도 반세기 넘게 축적해온 분유 개발 노하우를 특수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 16년 전 소수의 뇌전증 환아를 위해 세계 최초로 액상형 특수의료 용도식 ‘케토니아’를 개발한 게 시작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우연히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을 찾은 뒤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특수분유를 만들라”고 했다. 뇌전증 환아는 전국 20만 명 정도. 홍 회장은 분유회사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얼마가 들든지 개발해보자”고 했다. 남양유업 연구진은 뇌전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흥동·김동욱 연세대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했고, 세계 최초의 액상형 뇌전증 전용 식품을 내놨다. 지금까지 소수의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위해 16년간 누적 106만 개를 생산했고 저소득층에는 무상 공급했다.
정식품 창업자인 고 정재원 명예회장은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식품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몸소 실천에 나섰던 인물이다. 1937년부터 서울에서 소아과 의사 생활을 하던 정 명예회장은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아이 치유식 개발을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했다. 영아 사망 원인이 ‘선천성 유당불내증’이라는 것을 알아낸 그는 모유나 우유를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베지밀을 개발했고, 1973년 회사 창업 후 반세기 동안 콩 연구에 전력을 기울였다. 정성수 정식품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소아 당뇨·신장 질환자를 위한 특수식 ‘그린비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최근 매일유업 중앙연구소에 도착한 한 엄마의 편지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 8종을 만들고 있다. 고(故) 김복용 창업자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CJ제일제당 정식품 등도 소수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수익과 무관한 특수 식품을 만들고 있다.
1%를 위한 분유, 0.0004%를 위한 햇반
페닐케톤뇨증(PKU)은 선천성 대사질환이다. 신생아 5만~6만 명당 한 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병이다. 일반 음식을 먹으면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쌓여 정신지체나 성장 장애로 이어진다. 엄격하게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회장은 1999년 한 대학병원에서 희귀병을 앓는 아이를 만난 뒤 이 가족을 위한 분유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후 19년째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일반 분유에는 50여 가지 원료가 필요하지만 특수 분유는 20가지 수입 원료가 추가로 필요하고 제조 비용도 더 든다. 연간 3억~4억원씩 손실을 낸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특수 분유를 추가로 개발하고 환아와 가족을 응원하는 행사도 매년 열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아이들은 외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초청해 특수식으로 구성한 메뉴를 제공하는 ‘하트밀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PKU 환자를 위해 ‘저단백 햇반’을 만든다.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쌀밥의 약 10% 수준인 이 햇반은 2009년 출시됐다. 당시 회사 직원이 PKU를 앓는 두 딸이 있어 매번 일본에서 고가에 수입한 즉석밥을 먹이고 있던 게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됐다. 비싸고 맛없는 일본산 즉석밥을 매번 공수해야 하는 사연을 들은 회사 임원들은 연구개발(R&D)을 결정했고 7개월 만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도 개당 2000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아픈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끼지 말라”고 결단했다. PKU캠프에서 시제품을 시식해 본 환아의 부모들은 말 없이 눈물만 흘렸고, 이후 감사를 전하는 여러 통의 손편지가 쏟아졌다.
“아픈 아이들을 없게 하라”
남양유업도 반세기 넘게 축적해온 분유 개발 노하우를 특수 질환을 앓는 아이들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 16년 전 소수의 뇌전증 환아를 위해 세계 최초로 액상형 특수의료 용도식 ‘케토니아’를 개발한 게 시작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우연히 세브란스어린이병원을 찾은 뒤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특수분유를 만들라”고 했다. 뇌전증 환아는 전국 20만 명 정도. 홍 회장은 분유회사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얼마가 들든지 개발해보자”고 했다. 남양유업 연구진은 뇌전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흥동·김동욱 연세대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했고, 세계 최초의 액상형 뇌전증 전용 식품을 내놨다. 지금까지 소수의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위해 16년간 누적 106만 개를 생산했고 저소득층에는 무상 공급했다.
정식품 창업자인 고 정재원 명예회장은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데 식품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몸소 실천에 나섰던 인물이다. 1937년부터 서울에서 소아과 의사 생활을 하던 정 명예회장은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아이 치유식 개발을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했다. 영아 사망 원인이 ‘선천성 유당불내증’이라는 것을 알아낸 그는 모유나 우유를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베지밀을 개발했고, 1973년 회사 창업 후 반세기 동안 콩 연구에 전력을 기울였다. 정성수 정식품 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소아 당뇨·신장 질환자를 위한 특수식 ‘그린비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