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밥도둑' 마파두부, 막노동꾼 점심 도시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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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7) 쓰촨 두부
중국의 맛을 찾아서…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7) 쓰촨 두부
중국의 맛을 찾아서…

지금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서도 대중화했지만, 콕 찍어서 중국에서 탄생한 것인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부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현대인의 건강식으로 환영받는다. 게다가 조리법이 발달한 덕분에 다양한 요리로 변신해 등장한다. 이번에는 쓰촨성에서 ‘느닷없는 두부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두부는 콩을 갈아서 가열한 뒤 단백질을 추출해 응고시킨 것이다. 그 자체로 음식이고 그것을 식재료로 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간수를 응고제로 사용해 단단하게 만드는 북방 두부와, 석고분을 응고제로 사용해 상대적으로 연하게 만드는 남방 두부로 나뉘었다. 전통으로 따지면 쓰촨은 남방 두부지만 지금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여러 가지 두부를 구할 수 있으므로 여행 지역에 따라 두부를 나누는 것은 좀 어려워졌다.

두부는 BC 164년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劉安)이 발명한 것으로 문헌에 전해진다. 중국의 두부 예찬론자들은 중국의 4대 발명품(화약, 나침반, 종이, 인쇄술)에 두부를 추가해 5대 발명이라고도 한다. 유안은 두부를 만들려고 해서 만든 게 아니다. 먹으면 신선이 되는 단약(丹藥)을 만든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콩의 단백질이 굳으면 독특한 먹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의 두부는 조악하고 꽤 거친 음식이었던 것 같다. 당송 시대에 두부 제조법과 조리법이 발달해 대중적인 먹거리로 퍼졌다고 한다.
두부는 송대에 조선과 일본 등 인접 국가에 전해졌다고 한다. 서양에 알려진 것은 19세기부터였다. 20세기 후반에는 식물성 단백질의 건강성에 주목하게 돼 서구에서도 각광받는 음식이 됐다. 유안이 두부를 처음 만든 것은 안후이성 팔공산이란 곳이다. 그런데 왜 굳이 쓰촨에서 두부 여행을 해보자는 것인가. 첫 번째 이유는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마파두부가 바로 쓰촨의 청두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마파두부 인기

매콤하고 맛있는 유씨의 두부는 곧 입소문을 탔고, 오래지 않아 청두의 유명한 요리가 됐다. 진씨네 곰보 아주머니가 만든 두부가 맛있는 식당이라 자연스럽게 진마파두부(陳麻婆豆腐)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식당은 창업 이후 15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청두에서 여러 개의 분점을 두고 성업 중이다. 평일에도 대기표를 받고 30분씩 기다리기 일쑤다.

삼국지 이름 딴 두부전문점 두부연
이곳의 두부가 유명해진 이야기는 몇 가지가 전해진다. 삼국시대 후반 위나라의 종회와 등예가 대군을 끌고 촉한을 공격해왔다. 제갈량 사후에 촉한의 대장군에 오른 강유는 위나라의 공세에 밀려 이곳 검문관까지 후퇴했다. 군사들은 패전과 후퇴에 지쳤고 말도 더 이상 뛰지 못할 정도였다. 이때 지방관 하나가 이곳에서 콩이 많이 나니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군사에게 먹이고, 두부를 만들 때 나오는 비지는 말에게 먹이자고 건의했다. 강유는 그 건의대로 하여 군의 사기를 끌어올렸고, 위나라 군대를 막아냈다고 한다.


쓰촨에서 또 하나의 두부 마을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두에서 주자이거우(九寨溝) 가는 길에 원촨현 ?쓰진이 있다. 이 마을도 중국에서 두부로 꽤 유명하다. 배낭여행자라면 큰 맘 먹고 한번 찾아볼 만하다. 손으로 직접 만든 남방 두부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윤태옥 여행작가 kimyt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