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다산 칼럼]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방선거 압승에 편승한 원전 폐쇄
    사적 자치 억압하는 정부개입

    일부 시민단체 입김에 휘둘려
    규제개혁도 방향 잃어

    국가개입 제어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비전 공유해야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
    [다산 칼럼]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얘기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는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정권은 선거를 통해 일정 기간 국가경영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이다. 정권이 국가와 국민 위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을 ‘국가 접수’로 여긴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코드’ 인사가 그 증거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산하 16개 위원회 외부 위원 172명 중 62%에 달하는 10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좌파성향 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적폐청산도 독선적이다. 정치권력의 오만은 그 자체가 독이다. 지방선거 압승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원전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을 틈탄 기습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수명을 10년 더 연장했다. 안전성엔 문제없다는 것을 한수원도 인정한다. 조기 폐쇄를 결정함으로써 국민 세금 증발 외에 주주에 대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조기 폐쇄로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업체에 재산상 이익을 주고 정작 한수원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모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분의 43%가 민간 소유이고 외국인 지분율도 29%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비핵심 계열사나 비상장사 지분을 팔라”고 주문했다. 법적으로 강제할 내용은 아니지만 “팔지 않으면 공정위의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압승에 기대 재벌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로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하지만 긴밀하게 연결된 계열사 간 거래를 ‘사익 편취’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일감 몰아주기의 위법 여부는 내부 거래가 ‘시장에서의 정상 가격에 의거해’ 이뤄졌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순리다. 더욱이 SI는 기업 집단의 정보 관리 시스템과 물류 체계를 구축·운영하는 계열사로 ‘영업 기밀’을 다루고 있다. 외부 업체에 맡길 경우 영업 기밀 노출은 불문가지다.

    공정위원장 발언에 대한 우려감으로 삼성SDS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발언 다음날인 지난달 15일 오전 10시 현재 전일 대비 10.72%(2만4000원) 내린 20만4000원을 기록했다. 위법 사실이 없는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다. 공정위원장이 주식을 팔라 말라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기로 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지난달 27일 회의 시작 세 시간 전에 전격 취소됐다. 취소 전 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는 해당 부처로부터 회의 내용을 사전 보고받고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소가 이례적인 것은 구체적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아서다. “미흡하다”가 이유다. 당일 점검회의 의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방안, 개인정보 활용 범위 확대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통해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는 관료와 업계의 요구일 뿐”이라며 “과거 보수정권의 경제정책을 이어가는 것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은산분리 완화와 개인정보의 빅데이터 활용 등에 반대해왔다. 혹여 회의 취소에 참여연대의 영향력이 행사됐다면 이는 국가 운영체제상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렴청정(垂簾聽政)과 다를 바 없다. 시민단체 역할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맞지만 시민단체가 선수(player)일 수는 없다.

    국가개입주의가 제어되지 않은 채 위임받은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고 주변 세력이 스스로의 이념과 가치를 절대선으로 여겨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하면 물은 배를 뒤집을 것이다. 반면 경제를 순항시키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국가 발전에 대한 실효적 비전을 세우고 이를 국민과 공유한다면 물은 배를 띄울 것이다.

    dkcho@mju.ac.kr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나를 찾아가는 미술관 산책

      솔직히 묻고 싶었다. 오르세 미술관 5층,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몇십 명의 사람들에게. 지금 진짜 감동하고 계신가요? 예술을 향유하고 계신가요? 간신히 인파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밀고 나가 아를의 별빛 아래 두 사람을 마주하긴 했으나 뒤에서 계속 밀치는 통에 방금 뭐가 지나갔냐 그 수준이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묻고 싶었다. 메트는 너무 거대한 규모로 여러 번 길을 잃었다. 하루 만에 보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 선택과 집중으로 다니는데도 만보쯤 걷자 앉을 데만 눈에 들어왔다. 네 시간쯤 지나자 아름다운 예술이고 뭐고 ‘내 다리 내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유명한 미술관 좀 와보겠다고 열몇 시간을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그 현장에 있는데도 딱 네 시간 만에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다행히 나는 퍽 이기적 향유자라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 관람을 거기서 딱 멈췄다. 쇠공을 매단 것 같은 다리를 질질 끌며 미술관 안 카페에 앉았다. 차가운 오렌지 주스로 정신을 깨우고,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으며, 그냥 멍~ 과부하된 눈과 마음을 쉰다. 예술을 제대로 향유하면 이렇게 피로할 일이 없건만, 금방 깨닫는다.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치이며 다니는 건 진짜 향유가 아니구나.그냥 보는 것과 응시하는 것은 다르다. 그 시간의 품질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그림 앞에 어떤 질문을 갖고 있는가. 그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가까지가 진짜 향유의 과정이다. 그러려면 조건이 있다. 시간 여유와 공간의 유연, 넓어진 마음이어야 느긋하게 예술이 스며든다. 그러므로 처음 몇 번은 혼자 다니는 게 좋

    2. 2

      [천자칼럼] 자율주행차 보험료

      지난해 6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 Y가 주차된 도요타 캠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 차주가 테슬라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등록한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상태에서 일으킨 접촉 사고였다. 테슬라는 FSD는 현행법상 운전자가 전방을 상시 주시해야 하는 ‘레벨 2’ 기술로 분류된다며, 차량소유주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차주는 FSD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자동차보험은 자율주행 시대의 복병으로 꼽힌다. 현재의 자율주행차 보험은 보험사가 피해액을 먼저 보상한 뒤 사고 원인을 따져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 제작에 참여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닌 데다 기상 악화, 정전, 해킹 같은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테슬라 사례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 구분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먼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골탕을 먹기 쉬운 구조다.자율주행차 보험료가 얼마로 책정될지도 관심사다. 미국 온라인보험사 레모네이드는 최근 ‘반값 자율주행차 보험’을 선보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차량에만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상품이다. 사고 확률이 인간 운전자가 모는 차량보다 훨씬 낮은 만큼 낮은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할인 폭이 자율주행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자율주행차 보험은 202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정책 목표로 내건 한국이 서둘러 풀어야 할 문제다. 현행 자

    3. 3

      [사설] 다주택 양도세 중과 재개, 공급 효과 보기엔 시한이 촉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제도에 대해 “(기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도 관련 연장 내용은 누락된 바 있다. 이후 오는 5월 9일 유예가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는데, 대통령이 이번에 공식화한 것이다. 주택 매매 시 양도소득에는 6~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되는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이면 20%포인트, 3주택 이상이면 30%포인트가 중과된다. 지방소득세(10%)까지 포함하면 3주택 이상자는 최고 82.5%의 세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이 제도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단위로 유예됐지만, 올해 다시 시행되게 됐다.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시장에 내놓게 하려는 유인책이자 고육지책이지만, 이들의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세밀하게 점검할 것이 많다. 우선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기존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 때문에 매각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과의 협의 과정 등을 감안하면 5월이라는 시한도 지나치게 촉박하다. 거래허가제 시행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3개월여 만에 매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칫 극단적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거래 절벽을 심화할 우려가 적지 않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유예 기한을 일정 기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복수의 주택을 보유하려는 투기적 심리를 차단할 수 있겠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당장 세제를 고칠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거론된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