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실력, 달라진 채용 문화
현대차그룹은 우수 인재를 찾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사진과 부모님 인적사항 및 주소 등 불필요한 내용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반대로 지원자가 자기소개서 외에 추가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별도의 첨부파일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지원자가 기존의 서류전형에서 내보일 수 없었던 다양한 면모를 추가로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서류전형 외 채용과정에도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했다. 현대차 채용박람회의 인기 프로그램인 ‘자기 PR’은 지원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정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모의 면접이다.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면담제도 ‘힌트(H-INT)’도 실시했다. 학점, 자격증 여부, 어학점수 등 ‘스펙’에 대한 정보 없이 채용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해 입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SK는 2015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입사지원서에 스펙 관련 항목을 대폭 삭제했다. 열정, 도전정신으로 뭉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제도인 ‘바이킹 챌린지’도 도입했다. 해외 인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SK는 2012년부터 미국에서 글로벌 인재 발굴을 위한 ‘SK 글로벌 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 6월 초 개최된 포럼에서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최고경영진과 임원 50여 명을 비롯해 현지 글로벌 기업, 연구소 관계자 등 340여 명이 참석했다.
LG는 1995년부터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를 운영하며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LG는 대학(원)생들의 해외 탐방보고서를 심사해 본상 수상팀의 졸업예정자에게는 입사 자격을, 재학생에게는 인턴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스펙’ 중심의 기존 채용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사내교육으로 전문성 키운다
현대차그룹은 도전정신과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미래 연구개발(R&D) 인재육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구장학생 제도는 재학 중인 우수 인재를 조기에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실무 위주의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중심의 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현업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팀과 연계해 함께 일할 기회를 준다. 전공별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과 현장 실무 연수 등도 제공한다. 과정을 이수한 이후에는 입사전환 면접을 거쳐 연구개발 부문으로 입사할 수 있다.
국내 유수의 대학에 맞춤형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인 ‘계약학과 제도’도 있다. 현대차그룹과 산학협력을 맺은 대학과 함께 자동차 관련 분야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학생들은 융복합 전공과목을 이수하고, 현장실습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전문가로 뽑힌 임직원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원하는 국가에 1~2년간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봉 외 1인당 1억원 안팎에 이르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인재를 육성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2년부터 사내벤처 조직인 C랩을 설립했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임직원들은 일정 기간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일할 수 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실패를 용인한다.
삼성전자는 3단계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코어 프로그램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이다. 신입사원이 대상이다. 차세대 지도자 육성을 위한 삼성 리더십 프로그램도 있다. 마지막으로 분야별 최고전문가 양성을 지원하는 삼성 엑스퍼티즈 프로그램은 R&D와 마케팅 서비스 등 8대 직군으로 구분해 글로벌 전문 연구소 등을 포함한 전문 조직에서 직무 교육을 진행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