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가 서울 종로에 연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 /서울우유 제공
서울우유가 서울 종로에 연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 /서울우유 제공
54년 역사의 우유업계 대표기업 남양유업이 지난 4월 철판요리 외식 브랜드 ‘철그릴’을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열었다. 이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도 2호점을 냈다. 지난해엔 프리미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를 론칭하는 등 외식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우유도 지난달 초 유제품 전문 디저트카페 ‘밀크홀 1937’의 첫 로드숍을 서울 종로에 선보이며 외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우유업계가 흰우유 소비 감소에 따른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유 소비량은 3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전년과 비슷한 26.6㎏. 1988년(29㎏) 정점을 찍은 이후 큰 변동이 없다.

◆치즈·아이스크림에 화장품까지

흰우유 소비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업계는 사업다각화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OO맛 우유’와 같은 가공유나 유산균 발효유, 치즈 등을 개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바나나맛 우유’로 잘 알려진 빙그레는 ‘메론맛 우유’ ‘오디맛 우유’ 등 이색 우유를 내놓았다. 매일유업은 치즈 전문 브랜드인 ‘상하치즈’를 앞세워 국내 자연치즈 시장을 이끌고 있다.

우유 함유량을 높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유기농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매장은 4년 만에 75개로 늘었다. 지난해 12월엔 홍콩에도 진출했다. 매일유업 역시 미래 신성장동력을 폴바셋 등 카페와 외식사업에서 찾고 있다.

우유업계는 유제품뿐만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호텔, 화장품 등의 사업 영역에도 뛰어들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사인 상하농원은 지난 1일 전북 고창에 다목적 호텔 ‘파머스빌리지’를 개관했다. 총 41개 객실을 보유한 숙박시설로, 인접한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 상하농원과 연계해 다양한 숙박형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산양유 전문 분유업체인 일동후디스는 저출산으로 분유 소비가 줄어들자 색다른 제품을 선보였다. 산양유에 그릭요거트 균을 넣어 발효시킨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인 ‘베베랩’을 출시해 영유아용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우울한 우유업계, 화장품·외식사업으로 눈 돌린다
◆우유 소비 감소 “위기이자 기회”

흰우유 소비 감소는 다른 먹거리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민 대다수가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고,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소비하는 시대다. 디저트 메뉴가 다양해져 우유의 인기는 더욱 사그라들었다. 저출산으로 주 소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 수가 감소한 것도 흰우유 소비에 타격을 줬다.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흰우유를 외면하는 이유다. 원유 가격은 매년 6~7월께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올해 낙농업계는 L당 5원씩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비가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오르면 재고는 더욱 쌓일 것”이라며 가격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치즈, 발효유 등 우유 가공제품의 소비는 늘고 있다. 국내 치즈 소비량은 2000년 약 4만4897t에서 지난해 11만8067t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인당 가공유 소비량은 6.2㎏으로 전년보다 9% 늘었다. 발효유 소비량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영양 보충’을 위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흰우유 소비 감소는 유업체엔 위기 요인이지만 보다 부가가치가 큰 사업으로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