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에 나섰다. 조선용 후판 가격이 건축용 등 일반 유통용 후판보다 낮아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원가 부담이 커지는 조선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철강-조선업계, 후판 가격 인상 두고 '충돌'
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올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일반적으로 반기(6개월)마다 개별적으로 후판 가격 협상을 한다. 철강업계는 4년여 만인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연속으로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와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추가 인상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포스코가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업계 2, 3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조선업계와 가격협상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는 ‘수주 절벽’에 따른 조선업계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후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때 t당 100만원을 웃돌던 후판 가격은 2015년 이후 t당 50만원 선으로 반 토막 났다. 작년부터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t당 60만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t당 78만원인 일반 시장용 후판가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조선업계를 배려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며 “올 들어 조선업계 수주가 늘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은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오는 8월부터 일감 부족으로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조선업계는 여전히 ‘한겨울’”이라며 “철강업계의 상생 노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