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연 회장
박대연 회장
2009년 7월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티맥스 데이 2009’ 행사장에 선 박대연 티맥스 회장의 결기가 이목을 끌었다. 그는 “불모지와 같은 PC 운영체제(OS)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은 독과점으로 편중된 소프트웨어(SW) 시장 구도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 회장은 이날 ‘티맥스 윈도’를 공개했으나 소프트웨어업계에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거쳐야 했지만 티맥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OS시장 윈도 독점 깰 것”

MS 윈도에 대항해 ‘토종 OS’ 개발에 나선 국내 중견 SW업체 티맥스가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티맥스 데이 2018’을 열고 ‘티맥스 OS’의 새 버전을 발표했다. 티맥스 OS는 11년간 공들여 개발해온 티맥스 윈도의 후속작이다. 올해 하반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먼저 티맥스 OS의 새 버전 제품을 내놓은 뒤 내년 상반기 개인용 제품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1997년 설립된 티맥스소프트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기업용 SW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티맥스데이터, 티맥스오에스, 티맥스클라우드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기업용 SW를 주로 개발한 티맥스가 PC용 OS 개발에 도전한 것은 2007년부터다. PC용 OS 시장은 MS 윈도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티맥스의 도전에 대해 “무모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창업자인 박대연 회장 겸 총괄기술책임자(CTO)가 있다.

SW 국산화에 대한 집념

박 회장은 광주상고 야간을 졸업하고 1975년 한일은행에서 전산 업무를 담당하면서 컴퓨터를 배웠다. 1988년 30대 중반에 유학을 떠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귀국해 KAIST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97년 티맥스소프트를 세웠다.

박 회장은 2001년 웹서비스용 SW ‘제우스’를 출시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BEA시스템스(오라클이 인수)의 ‘웹로직’과 IBM의 ‘웹스피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제우스는 출시 초기 외국산 제품에 밀려 외면받았으나 국방부 제품성능시험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우스는 출시 3년 만에 두 업체를 따돌리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의 DBMS인 ‘티베로’를 출시하면서 미국의 오라클과 정면으로 맞섰다. 오라클은 한국 DBMS 시장의 47%를 점유하고 있었다. 역시 무모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티베로는 지속적으로 기능이 개선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의 대표적 대항마가 됐다.

실패와 도전의 연속

박 회장의 도전이 늘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티맥스는 2007년 티맥스코어를 세우고 OS 개발을 추진했다. 기업용 SW와 DBMS에 이어 OS까지 국산화를 이룬다는 목표였다. 2009년 7월 티맥스가 자체 개발한 OS ‘티맥스 윈도’를 공개한 게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티맥스소프트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이 부진해져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티맥스 윈도의 완제품도 출시하지 못한 채 티맥스코어를 이듬해 삼성SDS에 매각해야만 했다.

이후 티맥스소프트는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800명에 이르던 직원을 500명으로 줄여가며 사업구조를 기업용 SW 중심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2011년 250억원의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2012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재기에 성공한 티맥스소프트는 2015년 티맥스오에스를 설립하면서 다시 OS 개발에 착수했다. 2016년 4월 티맥스 OS의 시험 버전을 공개했지만 완성도 부족 논란으로 출시를 미뤄야만 했다.

2년의 재정비를 거친 티맥스 OS 새 버전은 완성도가 높아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오픈소스 데이터와 그래픽 SW 부분을 자체 기술로 대체해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전 판매도 지난 4월부터 하고 있다.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는 “티맥스는 시스템 SW의 3대 영역 중 기업용 SW, 데이터베이스 국산화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마지막 남은 OS 국산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SW 수출을 활성화하고 연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는 박 회장의 목표가 달성될지 주목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