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가운데)이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금액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가운데)이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금액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민생 경제’ 주도권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간 혼선을 경험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부처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기는 별도의 당내 기구를 설치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도 지방선거 표심을 반영해 정부·여당을 겨냥한 과녁을 ‘안보 이슈’에서 ‘민생 경제’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민주당, 경제·노동 문제 직접 챙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민생평화상황실 팀장 연석회의에서 “국회는 휴업 중이지만 민주당은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모아 민생평화상황실을 설치했다”며 “직접 발로 뛰면서 민생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성과를 내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국회의원 52명이 참여하는 민생평화상황실은 △소득주도성장팀(팀장 한정애) △혁신성장팀(팀장 홍의락) △공정경제팀(팀장 이학영) △남북경제협력팀(팀장 김경협) 등으로 구성된다.

소득주도성장팀은 노동시간 단축 모범기업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모범 사례 등의 민생 현장을 직접 챙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재생사업 추진으로 영세 세입자들이 임차료 인상을 견디지 못해 떠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도심재생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혁신성장팀은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등 전국의 혁신성장 관련 기업을 방문해 의견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공정경제팀은 불공정한 관행에 시달리는 민생 현장을, ‘남북경제협력팀’은 개성공단 방문 등 남북경협사업 재개 및 확대를 위한 입법과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민주당은 현역의원의 40%가 참여하는 ‘매머드급’ 민생평화상황실을 통해 앞으로는 민생 현안에 대해 과거처럼 정부 부처에 끌려가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전략이다. 원내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이슈에 대한 정부 부처의 대응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대론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이 당내에 커졌다”며 “당이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이 3일 경기 고양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이 3일 경기 고양시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야당, ‘안보’ 접고 ‘경제’로 전환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이날 나란히 정책 워크숍과 토론회를 열었다. 앞으로 정부·여당과의 대립전선을 경제 정책과 민생 과제 중심으로 재편,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경기 고양 일산의 한 연수시설에서 연 정책 워크숍에서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방치하고 우리 당이 소홀히 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파탄은 더 가속화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친노동 입장(정책)에 의한 노동시장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 나선 경제학자 출신 김종석 의원은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경제를 활성화하는 경제 개혁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개방과 경쟁, 재정 건전성 유지 등의 이슈로 여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슈에 각을 세웠다. 김 교수는 “(현 정부 경제정책은) 분배 개선 효과가 없다”며 “최저임금 증가로 분배 개선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금 증가로 고용이 감소해 노동소득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고, 임금 증가로 가격이 비싸져 소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은 앞으로 경제 정당이자 정책대안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를 통해 기존의 안보 이슈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정부의 실정과 정책적 잘못을 짚어내는 정책 대결 이슈를 적극 발굴하는 쪽으로 야당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우섭/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