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출 절벽' 엎친데 1兆 과징금까지 덮친다
미국발(發) ‘관세 폭탄’으로 신음하는 철강업계가 가격 담합으로 최대 1조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철근값을 담합한 혐의가 있는 철강회사들에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어서다. 자동차 조선 등 연관 산업 침체에 미국의 철강 쿼터(수입할당제)와 고율 관세로 수출량이 급감한 철강업계는 대규모 과징금까지 부과되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7개 철강사의 건설용 철근값 담합 사건을 다음주 전원회의에 올려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들 철강사가 건설업계와 벌인 철근 기준가격 단체협상에서 담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2016년 12월부터 조사를 벌였다. 철근값을 놓고 갈등을 빚던 철강업계와 건설업계는 2011년부터 정부 제안으로 분기마다 가격 협상을 해왔다.

공정위가 포착한 담합 기간(2011~2016년)에 7개 철강사의 건설용 철근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만큼 1조원을 웃도는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가 퀄컴의 ‘이동통신 특허 남용’에 매긴 1조311억원의 역대 최고 과징금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가담한 기업에는 담합 기간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구로 해온 건설업계와의 단체협상을 담합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형/임도원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