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회 분열 "난감하고 두려운 존재" vs "보듬어 경제동력으로"
중동난민 목적지 "야만집단 퇴출" vs "배척 아닌 사회통합이 과제"
다민족 용광로에선 "강간범·테러분자 차단" vs "이민은 우리의 기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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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대하는 지구촌의 태도는 크게 보면 인권과 안보 가운데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의 존귀함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여기는 진영에서는 난민, 나아가 일부 경제적 이민자들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 특히 열등하다고 보는 타(他) 문화권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는 쪽의 얘기는 완전히 다르다.

치안 불안을 부추기고 이질적 관습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해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까닭에 난민을 배척하는 입장까지 보인다.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행 길목인 이탈리아, 2015년 전후에 중동 난민을 100만명 가까이 포용한 독일, 중남미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이민행렬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난민을 둘러싼 시각차가 이미 정치이념 충돌로까지 비화한 상황이다.
[난민, 세계의 위기] ⑤ 엇갈린 두 시선…"관용의 대상" vs "안보에 위협"
◇ 노숙 난민까지…"난감하고 두려워" vs "보듬어 경제동력으로"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꼽히는 지중해 난민 위기의 최전선이 된 이탈리아에서도 난민에 대한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2014년 이래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65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는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건너갔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6만7천 명이 이탈리아에 남아 난민 자격 심사를 받고 있고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이민자도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들로 인한 대중의 피로감이 높아진 것은 지난 3월 총선에서는 반(反)난민을 구호를 앞세운 극우정당 '동맹'이 약진하는 자양분이 됐다.

시내 곳곳에서 노숙하거나, 푼돈을 구걸하는 난민들이 몇 년 전에 비해 부쩍 늘어난 로마 거리에서도 난민에 대한 거부감을 지닌 시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작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남성 다니엘레는 "이탈리아는 지난 몇 년간 다른 유럽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난민의 목숨을 구했다.

우리는 이제 할 만큼 했다"며 "이제 더는 홀로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항만 진입을 금지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그동안 정치인들은 EU에 굽신거리기만 했는데, 살비니는 이탈리아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활력을 잃은 이탈리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로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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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뒤 시내 관광지의 한 식당에서 임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 키아라는 "식당 앞에 항상 난민이 항상 진을 치고 고객들이나 행인들에게 동전을 요구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언론에서 난민들이 저지른 강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총선을 1개월 앞둔 지난 2월, 중부 도시 마체라타에서 나이지리아계 이민자들이 마약 재활 치료를 받고 있던 10대 소녀를 강간하고, 토막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전국이 발칵 뒤집히는 등 난민들이 저지르는 심각한 범죄가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이 사건 직후에는 소녀의 복수를 다짐한 현지 극우 청년이 유색인종 이민자들만을 겨냥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이 들끓은 바 있다.

60대 연금 생활자 니콜라는 난민에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부모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역시 가난을 벗어나려 미국이나 서유럽, 남미로 너도나도 떠났다"며 "그런 시절을 겪은 이탈리아가 전쟁이나 기아를 피해 들어오는 사람들을 내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탈리아 청년들도 현재 일자리가 없어 애를 먹고 있는 만큼 경제적 목적으로 들어오는 사람까지 무분별하게 받아선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현재의 난민 위기가 부풀려졌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좌파 지지자라는 30대 신문 판매원 안드레아는 "난민은 더는 이탈리아 사회의 주요 문제가 아니다.

이미 난민 유입이 크게 줄어들어 고비를 넘긴 데다 인구 대비 난민의 숫자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

난민 범죄율도 통계적으로 이탈리아인들의 범죄율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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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탈리아 유입 난민은 작년 7월 당시 집권당인 중도 좌파 민주당 정부가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난민 밀입국업자 단속을 측면지원하는 협약을 맺은 이래 80% 가까이 급감했다.

그는 "진정한 문제는 부족한 일자리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라며 "무능한 정치인들이 진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선동하기 좋은 난민 문제를 부풀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고, 지지율을 끌어올림으로써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감을 몸소 느끼고 있는 국가 기관 관계자들도 최근 득세하고 있는 반난민 정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사회보장연금관리공단(Inps)의 토토 보에리 이사장은 "연금 부문에 있어 가장 걱정스러운 시나리오는 이미 감소 추세로 접어든 이민자 유입이 급감하는 것"이라며 "연금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이주민이 없다면, 우리의 연금체계는 출생률 급감으로 납부자가 줄어드는 현재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좋든 싫든 난민과 이민자들이 현재의 어려운 인구학적 과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르네상스 문화의 본산 피렌체가 속해 있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엔리코 로씨 주지사 역시 "이주민들은 범죄의 온상이나 문화 파괴자들이 아니라 풍요로움의 원천"이라며 "매년 토스카나 주에서만 이주민 가정에서 5천700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들 없이는 우리는 인구학적으로 붕괴 위기에 처하고, 어린이집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토스카나주 인구의 약 10%인 40만 명이 이주민"이라며 "그들 상당수가 젊고 활동적인 인구로 사회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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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포용 독일…"야만집단 내쫓자" vs "배척 말고 사회통합"
독일은 2015년 가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발칸 루트를 통해 밀려오는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할 당시 난민에 대한 정서가 상당히 악화됐다.

2013년 독일 총선 때만해도 득표율이 원내 진입 하한선인 5% 미만이었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지난해 총선에선 반난민 정서를 자양분으로 삼아 12,7%의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보수층과 구 동독 지역에서 주로 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에 대한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분석이다.

점점 커지는 경제적 격차와 동독지역 시민의 상대적 박탈감 및 불안감이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으로 표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정치인들은 난민이 사회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fD의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의원은 연초 쾰른 경찰이 아랍어로 시민들에게 새해맞이 인사 트윗을 올린 데 대해 "이것이 야만적이고 집단 성폭행하는 이슬람 남성의 무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그는 지난 4월 독일 뮌스터에서 차량돌진 사고가 발생하자 증거도 없이 난민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암시하는 트윗을 해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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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독일에선 난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여전히 상당하다.

AfD가 제3당으로 부상했지만, 정권을 잡을 정도는 아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AfD에 대한 견제구도 상당히 강해진 상황이다.

베를린자유대 학생인 요하네즈 발데크(22)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온 난민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라며 "난민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위협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이민자의 경우를 볼 때 독일은 이민자들의 통합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난민이 새로운 국가에 올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난민은 더 나은 삶을 원하고 있고, 이들을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은 국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몇년 간 난민이 유럽에 들어온 것은 시작일 뿐으로, 기후변화 등으로 더 많은 난민이 고향 땅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유럽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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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디로…"강간범·테러분자 차단" vs "이민은 우리 기원"
이민자가 세운 다문화·다민족 용광로인 미국은 밀려드는 난민과 경제적 이주민 때문에 정체성 위기까지 겪고 있다.

특히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포용론과 안보 일변도의 거부론 등 양극단에 각각 민주, 공화 양당이 포진하면서 국론분열까지 겪을 지경이다.

지난달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8년 국제이주 전망'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 망명신청자는 32만9천800여명으로 인구 대비 0.1%에 이른다.

이들 외에도 실태가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많은 이들이 미등록 이민자의 형태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중에서 이슬람권과 중남미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은 안보·인도주의 딜레마의 중심에 있다.

최근 수년간 유럽을 강타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중남미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 때문에 미국 대중의 반감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뿐만 아니라 각종 비정부 기구들은 이들의 난민 가능성을 주목하고 미국이 포용적 태도를 취하길 기대하고 있다.

내전과 극단주의 집단의 잔혹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중동·아프리카, 범죄조직의 폭력 앞에 정부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중남미에서 달아난 이들을 되돌려 보낼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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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난민과 미등록 이민자들을 안보 위협으로 보는 진영의 선봉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 밀수꾼', '강간범'으로 불렀다.

무슬림에 대해서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여행자까지 모두 미국 입국을 차단하겠다는 계획까지 언급했다.

이런 반이민 공약은 결국 정책으로 실현됐다.

이슬람권 나라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강행됐다.

전임 정권 때 임시체류가 법적으로 보장되던 미등록 이주민들의 귀국을 강제하고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해 추방하는 강경책도 뒤따랐다.

망명 신청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는 문도 무척이나 좁아졌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난민인정에 제한을 두겠다는 법무부 방침을 지난달 밝혔다.

세션스 장관은 "일반적으로, 비정부 행위자에 의해 자행되는 갱단폭력과 관련된 외국인에 의한 (난민 보호) 요청은 망명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며 "한 국가가 특정 범죄를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못하거나 특정 인구가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만으로 망명 요청이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망명신청의 사유로 과거에 포괄적으로 인정되던 요소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 배제된 것이라고 해설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테러와 안보 불안)을 보라"며 "그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정책기조가 폭력 피해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비인도적인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난민, 세계의 위기] ⑤ 엇갈린 두 시선…"관용의 대상" vs "안보에 위협"
특히 이민자가 건국한 미국에서 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는 이민자들을 일괄 배척하는 행위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민주당은 2018년 정강정책에서 "이민을 단순히 풀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며 "이민은 미국의 특질과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를 정의하는 한 요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원들은 연방의회와 전국의 각 주(州), 도시에서 그들의 이민자 이웃을 지켜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증오와 편견에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12월 이라크, 에티오피아 등 25개국 이민자들의 귀화식에서 미국 헌법과 독립선언문을 곁에 두고 반이민 정서를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이민자의 자녀이고 이민은 미국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라며 "두 세기 넘게 이민은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로 존재해왔고, 이민은 우리의 전통이자 우리 자신이며 우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특성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한 세기 전에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뒤 혐오의 대상이 된) 가톨릭 이민자들이 있었고 지금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있다"며 "오늘 시리아 난민의 모습에서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난민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