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도 내가 ‘소유의 의사로’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점유해왔다면 공짜로 내 땅이 될 수 있다는 제도가 바로 민법이 인정하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다(245조 1항).

그런데 일반인들은 남의 땅을 20년 이상 점유하면 무조건 내 땅이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바로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지 않으면 100년을 점유해도 내 땅이 되지 않는다.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을 ‘자주(自主)점유’, 그렇지 않은 경우를 ‘타주(他主)점유’라 한다.

즉, 남의 땅을 점유하더라도 내 땅인 줄 알고 점유해야 하는데, ‘보통 매수하고 대금도 다 지급했지만 사정상 아직 이전등기를 하지 못한 경우’이거나 ‘옆집 땅이 내 담장 안에 일부 들어와 있어 내 땅인 줄 알고 점유한 경우’ 정도는 돼야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내 담장 안에 들어온 땅 면적이 내 땅 면적의 약 20% 이내여서 누가 보더라도 내 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정도라야 소유의 의사가 인정된다.

사례를 살펴보자. A는 토지를 매수한 뒤 측량해보니 인접한 국유지(일반재산) 일부가 내 땅의 담장 안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국유지 관리청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처분을 하였으며 변상금에 기해 압류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전 소유자의 점유를 포함해 국유지를 20년 이상 점유했다는 이유로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을까. 참고로 국유재산도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은 시효취득의 대상이 된다.

최근 대법원은 “자신의 토지를 매수한 뒤 측량을 통해 경계 침범 사실을 알게 됐고, 변상금 부과처분을 받았다거나 체납절차로 압류를 당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거나 그 점유가 타주점유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 A의 시효취득을 인정했다(대법원 2018년 6월28일 선고 2017다240687 판결). 즉, A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20년 이상 점유했으므로 국유지를 A가 무상으로 취득한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토지를 매수할 때 경계선을 정확히 확인해보지 않아 착오로 인접 토지 일부를 내 땅에 속하는 것으로 믿고 점유했어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고, 나중에 점유 토지가 내 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거나 지적 측량 결과 경계침범 사실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상호분쟁(변상금 부과처분, 압류 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주점유, 즉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보았다.

김재권 < 법무법인 효현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