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공소시효 넘어…실무자에 책임 묻는 건 형평성 어긋나"
감사원 "4대강사업 지시한 MB, 직권남용 등 위법성 판단 못해"
감사원은 4일 4대강 사업의 추진 지시 과정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남궁기정 감사원 국토·해양감사국장은 4대강 사업 감사 관련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업 추진을) 지시는 했는데, 그 지시 자체가 위법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확인한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남궁 국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에게는 각 장관과 부처의 행위에 대해 그것을 지휘·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지시 자체가 위법한지 판단이 안 된 상태에서 직권남용을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점이 드러난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수사 요구 여부에 대해선 "사업이 결정되고 추진된 지 10여년이 지나다 보니 징계시효가 도과했고, 공소시효도 대부분 도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 자료로 통보할 수 있지만, 당시 사업을 결정한 윗분들은 퇴직했고 지시에 따라 처리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궁 국장과의 일문일답.

--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방법이 없었나.

▲ 감사원법상 대통령의 직무행위는 직무감찰대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전 대통령에게 협조요청을 했는데, 협조를 거부했다.

또 감사원법에 보면 협조 거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어서 그것을 검토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 등은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 의뢰할 수 있는 위법성·혐의성이 없었던 것인가.

▲ 대통령이 지시는 했는데, 그 지시 자체가 위법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확인한 게 없다.

--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나.

▲ 법률적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지시 어디까지가 권한인지 판단하기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

-- 결과적으로 보면 주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찍어 누른 것이 아닌가.

▲ 저희도 그런 부분에서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에게는 각 장관과 부처의 행위에 대해 그것을 지휘·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지 판단이 안 된 상태에서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 대통령의 직무는 감찰대상 아니라고 했는데 조사를 시도한 근거는.
▲ 감사요구가 아니라 협조요구를 하려던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의도나 배경이 있으면 설명을 해달라고 한 것이지 대통령을 대상으로 직접 감사식으로 조사하려던 것은 아니다.

-- 이 전 대통령의 조사를 위해 구치소로 찾아갔나.

▲ 시점이 작년 11월이었다.

두 번에 걸쳐 대치동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고, 당시 비서관과만 통화했다.

비서관은 "저희가 협의를 했는데, 질문서 수령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겠다.

저희가 내부에서 협의한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 이번 조사결과로 징계·수사요구 처분된 건이 없는데.
▲ 이 사업이 결정되고 추진된 지 사실상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징계시효가 도과했고, 공소시효도 대부분 도과했다.

그리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인사자료로 통보할 수 있는데, 사실상 그 당시 사업을 결정한 윗분들은 퇴직했고, 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직원들에 대해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4대강 사업을 실패라고 규정했을 때 현장의 판단을 무시한 이 전 대통령의 잘못인가, 잘못된 지시임에도 무작정 따를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들의 잘못인가.

▲ 우선 이번 감사결과를 갖고 4대강 사업이 실패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조사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대통령의 지시사항대로 사업을 해봤자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몇 차례 설명했지만, 대통령이 "통치권적인 차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환경부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해봤자 '걸림돌'로 인식할 뿐이지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무부처 장·차관 이상과 대통령이 충분히 의사소통이 돼서 사업이 이뤄졌으면 더 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다.

-- 이전에 건설사들의 턴키 담합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그 부분 관련 당시 청와대와 건설사 간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없나.

▲ 민간기업은 감사대상이 아니다.

청와대에서 '이면거래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이고, 그쪽(건설사)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접근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

압수수색을 한다든지, 건설사의 협조가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건설사에서 협조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 성과분석이 낙동강에 집중됐는데.
▲ (보 등의 설치로) 낙동강의 체류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 물이 흘러가는 시간이 9일 정도 됐는데 보로 막고서는 100일 정도, 11배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낙동강 중심으로 많이 분석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수질 성과분석을 했다.

-- 4대강 사업에 투자해 4조원 손해를 본 수자원공사에는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 않나.

▲ 수자원공사의 (사업) 참여에 대해선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또 배임 여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검토는 했는데,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수자원공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보상한다고 했고, 수자원공사의 경우에도 이사회 등 절차 대부분을 거쳤다.

--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앞으로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 위법이 아니라고 보면 되나.

▲ (사업에 따라) 조금 더 규제하려고 하면 입법으로 규정해야 하고 행정부 재량을 어느 정도 둔다고 하면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 이번 조사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끝날 것이라고 보나.

▲ 그렇게 되도록 하자는 의지를 담아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설명해 드려서 더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각 분야에서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선 되도록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