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숲 '베이비 오일'(왼쪽부터), 리코리스 '제주동백화장품', 제주우다 '황칠황삼 마스크'.
고사리숲 '베이비 오일'(왼쪽부터), 리코리스 '제주동백화장품', 제주우다 '황칠황삼 마스크'.
부산 출신인 강은영 고사리숲 대표는 1999년 신혼여행으로 방문한 제주가 좋아 주거지를 옮겼다. 간호사 출신 강 대표는 민감한 피부를 가진 세 딸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 특산물로 다양한 보습제를 개발했다. 2013년 제주 애월읍 평화로 제주관광대학 내에 화장품 회사까지 차렸다. 녹차 고사리 당근 비파 양배추 등 제주산 천연 식자재를 활용해 로션 등 화장품과 비누 세제류 등을 만들고 있다. 강 대표는 “청정지역 제주의 특산물로 제조한 화장품이어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에만 화장품 업체 120여 곳

제주에 화장품 업체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현재 120곳쯤 된다. 공장을 보유한 생산업체는 10여 곳에 이른다.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제조에 사용하는 농업회사법인도 많다. 이들은 모두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또 마유(말기름) 양배추 당근 등 친환경 유기농 특산물로 제품을 제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 해외 바이어도 이런 제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상품 박스에 꼭 ‘Jeju(제주)’를 표시해달라고 요청한다.

제주 오광로에 있는 화장품회사 리코리스의 태경환 사장은 마유, 말태반추출물, 장딸기추출물, 동백태반추출물(피토플라센타) 등으로 화장품을 제조한다. 장딸기추출물은 태 사장이 처음 미국 화장품협회에 등록한 화장품 원료다. 크림, 앰풀, 에센스, 토너 등 기초화장품 40여 가지 품목을 제조한다. 수출이 시작되며 설립 당시 1800만원이던 매출은 올해 3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늘었다.

태 사장은 “한류 열풍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제주가 친근한 데다 ‘청정한 자연’도 인지도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며 “제주도 특산물로 만드는 친환경 화장품이란 게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데일리시(dailish)’ 브랜드를 사용하는 유엔아이제주는 마유와 로즈마리 화장품 등을 생산한다. 유즈인터내셔널 더로터스는 제주 붉가시나무추출물 화장품을 생산하고 지브이코퍼레이션은 제주마유와 동백오일 화장품을 생산·수출하고 있다. 제주우다는 제주허브 에센스와 마스크팩 등을 주력으로 생산·판매한다.
◆제주도와 중진공의 수출 지원

이와 함께 제주 화장품 업체들이 아모레퍼시픽의 후광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모레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이니스프리를 매출 수천억원 규모로 키워냈다. 이니스프리는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제주를 청정 화장품의 산지로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화장품 회사가 늘어나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지역 화장품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화장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고성장기업 수출역량 강화사업, 지역중소기업 수출마케팅사업, 수출인큐베이터 등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해외 전시회(25회), 무역사절단 파견(134회), 수출상담회(4회), 지역특화사업(15회) 등 다양한 수출마케팅 활동을 했다. 올해도 중진공은 3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수출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철수 중진공 제주지역본부 차장은 “화장품업체들이 면세점 등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청정 제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