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들어설 복합단지 조감도. 업무시설 오피스텔 호텔 등 9개 동을 신축한다. /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들어설 복합단지 조감도. 업무시설 오피스텔 호텔 등 9개 동을 신축한다. /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 개발사업이 종로구청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세운4구역 재개발은 세운상가와 종로4가 네거리, 청계4가 네거리를 4개 축으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급의 대규모 사업이다.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를 제조업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다시·세운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세운상가 옆에 대규모 복합단지 조성

종로구는 지난달 29일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고시했다고 4일 발표했다. 구는 지난해 3월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열고 건축 심의,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및 문화재 심의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업시행계획에 따르면 3만2223.70㎡ 넓이의 세운4구역에는 최대 18층 높이 건물 9개 동(총연면적 30만㎡)이 들어선다. 업무시설 5개 동, 오피스텔 2개 동, 호텔 2개 동을 짓는다. 저층부인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판매시설이 자리잡는다. 사업부지 내 경관녹지를 도입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는 보행 재생 프로젝트와도 연결할 예정이다.

30여년 끈 세운4구역 재개발 본궤도 오른다
세운4구역 재개발은 30여 년 전부터 추진됐으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2년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필지가 잘게 쪼개져 있는 데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재개발이 추진되지 못했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122.3m의 36층짜리 주상복합 4개 동을 짓는 건축계획안을 내놨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높다”는 이유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됐다. 이에 시는 종로 쪽 55m 이하, 청계천 쪽은 71.9m 이하로 건물 높이를 낮춘 새 계획안을 2016년 마련해 문화재청 재심을 통과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내년 상반기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문화재 조사를 시행하고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3년 말 준공할 것”이라며 “세운상가 재생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운4구역 사업이 결실을 보면서 주변 개발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도 ‘탄력’

기존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은 세운상가군(세운상가~진양상가) 양옆의 종로구 종로3가동 일대 3만~4만㎡를 8개 대구역으로 나눠 철거한 뒤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30여년 끈 세운4구역 재개발 본궤도 오른다
그러나 ‘전면 철거 후 대규모 건축’ 방식은 종묘 등 이 지역 일대의 역사성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는 이에 따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대상 부지를 소규모구역(1000~3000㎡)과 중규모구역(3000~6000㎡) 등 총 171개 구역으로 분할해 개발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중구역과 대구역(기존 구역)은 추가 분할하고, 소구역은 통합해 사업을 추진하는 길도 열어뒀다. 세운상가 가동부터 진양상가까지 걸쳐 있는 상가군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분리해 존치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세운6-2-46구역에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의 관광호텔이 들어섰다. 나머지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구간은 세운6-3-1, 2구역이다.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지하 8층~지상 20층 2개 동 규모의 업무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대우건설이 새 사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세운3-1구역, 세운3-4, 5구역, 세운6-3-3, 세운6-3-4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수립 단계다. 2019년 하반기 공동주택 등을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과거 전자산업 중심지였던 세운상가 일대에 창업공간을 조성하고 창업자와 기존 제조업체를 연결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제조산업 메카로 변모시킨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세운상가 도시재생계획은 2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 개발은 2016년 시작해 지난해 9월 완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물 내외부 리모델링,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를 연결하는 공중보행교 설치, 종묘에서 을지로까지 이어지는 보행로 구축 등의 사업을 수행했다”며 “을지로4가역 인근에 업무시설 단지도 조성 중이며 내년 초 대우건설 본사가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2단계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2단계는 을지로 삼풍상가부터 퇴계로 진양상가까지 3개 상가와 PJ호텔(옛 풍전호텔) 건물을 리모델링해 연결하는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다음달 시공사를 선정한 뒤 2020년까지 공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며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종묘부터 퇴계로까지 1㎞ 길이의 구도심이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