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도 모자라 내년 超팽창 예산까지… "정부, 재정 중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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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超팽창 예산' 편성
내년 예산 470兆+α…10년 만에 두 자릿수 증액
기재부, 각 부처에 추가 예산 요구안 제출받아
"일자리·복지 예산 더 늘려 요청하라" 주문
성장률 3%인데 지출 10%↑…재정악화 불보듯
내년 예산 470兆+α…10년 만에 두 자릿수 증액
기재부, 각 부처에 추가 예산 요구안 제출받아
"일자리·복지 예산 더 늘려 요청하라" 주문
성장률 3%인데 지출 10%↑…재정악화 불보듯
“(재정 지출 확대와 관련해) 상상 이상의,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이 있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경제지표 악화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던 당시 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 등 여당 의원들이 기획재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요구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내년에 올해 대비 최소 10% 이상 증가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당·정·청 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악화와 소득 양극화 심화, 성장 정체 등의 해결을 위해 올해 3조8317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모자라 내년에 ‘슈퍼 팽창예산’ 편성을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더 풀어 대응하는 재정 중독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고용· 분배 악화에 ‘돈 퍼붓기’
정부는 내년에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저소득층 지원 △저출산 극복 등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이달 2일까지 각 부처로부터 추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았다. “일자리와 복지 예산은 특히 더 써내고 사업별로 감액 없이 증액만 요구하라”고 요청했을 만큼 기재부의 재정 확대 의지는 강하다.
기재부가 추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각 부처가 막무가내로 올린 예산 요구안을 ‘가지치기’해 최대한 삭감하는 게 기재부 예산실의 역할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사뭇 다르다.
기재부는 지난 3월 각 부처에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내려보내 5월 말까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았다. 정부 부처들은 당시 요구안에서 2018년(428조8000억원·본예산 기준) 대비 6.8% 증가한 총 458조1000억원을 요청했다. 예산 증가율이 10%대라면 내년 예산은 47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복지 예산도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 예산 요구안은 특히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뒀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등의 여파로 고용지표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고꾸라지면서 ‘일자리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올 2월 이후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수는 5월 7만 명대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청년층과 고령층 등 경제적 약자를 중심으로 고용이 나빠지면서 소득 분배 지표(5분위 배율)는 2003년 집계 이후 최악의 수준이 됐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3조8317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올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당정은 하반기 추경 편성 대신 내년 대규모 재정 확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은 위축되는데…
‘슈퍼 팽창예산’ 편성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무시하는 재정 운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확정한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8%로 설정했다. 내년에 10% 이상 늘리면 당초 계획상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다.
상향폭이 클수록 정부 재정에는 그만큼 부담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국가회계 결산 결과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재정 확장을 감안하면 정권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제외)의 적자폭도 지난해 18조5000억원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3%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속도로 재정을 푼다면 재정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며 “돈 풀기식 대증요법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경제지표 악화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던 당시 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 등 여당 의원들이 기획재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요구했다는 설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내년에 올해 대비 최소 10% 이상 증가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당·정·청 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악화와 소득 양극화 심화, 성장 정체 등의 해결을 위해 올해 3조8317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모자라 내년에 ‘슈퍼 팽창예산’ 편성을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더 풀어 대응하는 재정 중독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고용· 분배 악화에 ‘돈 퍼붓기’
정부는 내년에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저소득층 지원 △저출산 극복 등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이달 2일까지 각 부처로부터 추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았다. “일자리와 복지 예산은 특히 더 써내고 사업별로 감액 없이 증액만 요구하라”고 요청했을 만큼 기재부의 재정 확대 의지는 강하다.
기재부가 추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각 부처가 막무가내로 올린 예산 요구안을 ‘가지치기’해 최대한 삭감하는 게 기재부 예산실의 역할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사뭇 다르다.
기재부는 지난 3월 각 부처에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내려보내 5월 말까지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았다. 정부 부처들은 당시 요구안에서 2018년(428조8000억원·본예산 기준) 대비 6.8% 증가한 총 458조1000억원을 요청했다. 예산 증가율이 10%대라면 내년 예산은 47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복지 예산도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 예산 요구안은 특히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뒀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등의 여파로 고용지표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고꾸라지면서 ‘일자리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올 2월 이후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수는 5월 7만 명대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4.0%로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청년층과 고령층 등 경제적 약자를 중심으로 고용이 나빠지면서 소득 분배 지표(5분위 배율)는 2003년 집계 이후 최악의 수준이 됐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3조8317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올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당정은 하반기 추경 편성 대신 내년 대규모 재정 확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성장은 위축되는데…
‘슈퍼 팽창예산’ 편성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무시하는 재정 운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확정한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8%로 설정했다. 내년에 10% 이상 늘리면 당초 계획상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다.
상향폭이 클수록 정부 재정에는 그만큼 부담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국가회계 결산 결과 국가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의 재정 확장을 감안하면 정권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부채가 2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제외)의 적자폭도 지난해 18조5000억원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3%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속도로 재정을 푼다면 재정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며 “돈 풀기식 대증요법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