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 딥메디 대표 "스마트폰 혈압 측정 앱 개발 중…제약·보험사와 협력해 수익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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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다운로드 예정…매출은 B2B로 확보
"이르면 연말께 의료기기 등록 절차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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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카메라로 혈압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 중입니다. 무료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할 계획인데 이 앱을 사용해 간편하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을 거에요. 수익은 제약회사나 보험회사와 연계해 내려고 합니다.”
이광진 딥메디 대표(33)는 개발 중인 혈압 측정 앱 ‘에스바이탈(S-vital)’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휴대폰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앱은 있었지만 혈압 측정 앱은 없었다. 혈압 측정기는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커프(팔에 두르는 것)가 있었기 때문에 휴대가 불편했다.
이 대표는 “앱을 구동한 뒤 휴대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혈압을 추정한다”며 “추정 정확도가 지금은 93%인데 전자 혈압계와 같은 수준인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확도는 딥메디가 자체 평가한 것이고 추후 공인된 외부 기관에 맡겨 별도의 평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10년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의생명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GIST에서 의생명공학 박사과정을 시작해 지난해 수료했다. 박사과정 당시 GIST 생체신호처리및분석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7월 딥메디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박사 과정을 하면서 줄곧 카메라 기반 혈압 추정 기술을 연구했다”며 “당시 현직 의사(유승준 신경외과 전문의)가 연구실에 들어왔는데 이 기술로 같이 창업을 하자고 권유해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딥메디는 지난해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제6회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무리 무료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자는 이 대표에게 “건강염려증이 있지 않은 이상 건강한 사람이 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고혈압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같은 우려가 있어 젊은 층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스트레스 저항성을 측정하는 기능을 함께 넣을 예정”이라며 “스트레스 저항성은 체질의 영향도 받지만 운동이나 심리적 안정 등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용 빈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저항성을 측정할 때 혈압도 함께 측정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혈압 기능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익은 사람들이 앱을 사용하면서 제공한 혈압 데이터를 통해 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이 앱이 혈압 약 임상시험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을 준 적이 있습니다. 혈압약 임상시험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자기 혈압을 측정해 제약회사에 알려주는 식으로 할 때가 많아요. 지금은 혈압 측정이 번거롭다보니 정해진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앱으로 측정할 수 있으면 임상시험이 더 수월하겠지요.”
이 대표는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에 앱을 사용토록 하고 매출을 내는 방식”이라며 “보험회사와 연계해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사업 모델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앱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 대표는 “휴대폰 카메라로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건 혈압이 아니라 맥박”이라며 “맥박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압을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맥박을 통해 혈압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관련 연구 논문은 2012년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의사도 이런 방식으로 혈압을 측정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제주한라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데이터를 제공 받아 AI를 학습시키고 있다”며 “혈압 추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S-vital에 대한 ‘웰니스(건강 상태 개선) 의료기기’ 등록 신청을 했다. 결과는 연말께 나온다. 웰니스 의료기기는 등록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정식 의료기기 등록 절차는 웰니스 등록 직후에 하려고 한다.
이 대표는 “혈압 측정을 통해 고혈압과 혈관기능 이상을 진단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며 “차차 부정맥, 스트레스성 질환 등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홍보도 하고 있다”며 “지난달 미국의 바이오 투자 컨퍼런스 레지(RESI)에 참여했고 오는 12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메디카(MEDICA)에 부스를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딥메디는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의 지원을 받는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그랜츠포앱스(G4A)’에 참여해 지난 5월 대상으로 선정됐다. 매주 바이엘의 전문가와 회의를 하며 해외진출 등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지원 기간은 다음달까지다.
네이버의 도움도 받는다. 사무실을 네이버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공간 ‘D2 스타트업 팩토리’에 꾸렸다. 또 네이버의 서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원은 오는 12월까지다. 이 대표는 “네이버와 미래과학기술지주에서 수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며 “개발이 더 진행되면 투자를 더 유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이광진 딥메디 대표(33)는 개발 중인 혈압 측정 앱 ‘에스바이탈(S-vital)’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휴대폰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앱은 있었지만 혈압 측정 앱은 없었다. 혈압 측정기는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커프(팔에 두르는 것)가 있었기 때문에 휴대가 불편했다.
이 대표는 “앱을 구동한 뒤 휴대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혈압을 추정한다”며 “추정 정확도가 지금은 93%인데 전자 혈압계와 같은 수준인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확도는 딥메디가 자체 평가한 것이고 추후 공인된 외부 기관에 맡겨 별도의 평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10년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의생명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GIST에서 의생명공학 박사과정을 시작해 지난해 수료했다. 박사과정 당시 GIST 생체신호처리및분석연구실에서 함께 연구하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7월 딥메디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박사 과정을 하면서 줄곧 카메라 기반 혈압 추정 기술을 연구했다”며 “당시 현직 의사(유승준 신경외과 전문의)가 연구실에 들어왔는데 이 기술로 같이 창업을 하자고 권유해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딥메디는 지난해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제6회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무리 무료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기자는 이 대표에게 “건강염려증이 있지 않은 이상 건강한 사람이 이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고혈압 여부를 미리 확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같은 우려가 있어 젊은 층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스트레스 저항성을 측정하는 기능을 함께 넣을 예정”이라며 “스트레스 저항성은 체질의 영향도 받지만 운동이나 심리적 안정 등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이용 빈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 저항성을 측정할 때 혈압도 함께 측정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혈압 기능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익은 사람들이 앱을 사용하면서 제공한 혈압 데이터를 통해 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이 앱이 혈압 약 임상시험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을 준 적이 있습니다. 혈압약 임상시험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자기 혈압을 측정해 제약회사에 알려주는 식으로 할 때가 많아요. 지금은 혈압 측정이 번거롭다보니 정해진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앱으로 측정할 수 있으면 임상시험이 더 수월하겠지요.”
이 대표는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에 앱을 사용토록 하고 매출을 내는 방식”이라며 “보험회사와 연계해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사업 모델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앱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 대표는 “휴대폰 카메라로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건 혈압이 아니라 맥박”이라며 “맥박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압을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맥박을 통해 혈압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관련 연구 논문은 2012년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의사도 이런 방식으로 혈압을 측정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제주한라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데이터를 제공 받아 AI를 학습시키고 있다”며 “혈압 추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S-vital에 대한 ‘웰니스(건강 상태 개선) 의료기기’ 등록 신청을 했다. 결과는 연말께 나온다. 웰니스 의료기기는 등록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정식 의료기기 등록 절차는 웰니스 등록 직후에 하려고 한다.
이 대표는 “혈압 측정을 통해 고혈압과 혈관기능 이상을 진단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며 “차차 부정맥, 스트레스성 질환 등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홍보도 하고 있다”며 “지난달 미국의 바이오 투자 컨퍼런스 레지(RESI)에 참여했고 오는 12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메디카(MEDICA)에 부스를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딥메디는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의 지원을 받는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 ‘그랜츠포앱스(G4A)’에 참여해 지난 5월 대상으로 선정됐다. 매주 바이엘의 전문가와 회의를 하며 해외진출 등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지원 기간은 다음달까지다.
네이버의 도움도 받는다. 사무실을 네이버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공간 ‘D2 스타트업 팩토리’에 꾸렸다. 또 네이버의 서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원은 오는 12월까지다. 이 대표는 “네이버와 미래과학기술지주에서 수억원의 투자를 받았다”며 “개발이 더 진행되면 투자를 더 유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