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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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는 국내 1위 크래프트 맥주 회사다. 세계적 맥주회사인 뉴욕 브루클린브루어리와 손잡고 작년 8월 출범했다. 대기업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의 등장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제조업 투자가 전무하던 제주도 내에 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청년 7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연간 생산량 맥즙 기준 2000만L 규모의 제주맥주 양조장은 월평균 4000명이 다녀가는 지역 관광지로 떠올랐다.

사업 초기 주류업계에선 제주맥주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금과 물류비를 감안하면 제주를 벗어나 전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는 기우가 되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 5월 전국 유통을 시작했다. 이달 들어 서울 시내 전 편의점에 입성했다. 제주맥주가 6월1일부터 24일간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 인근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에는 5만5000명, 하루평균 2000여 명의 사람이 몰렸다. 국내 주류업계가 진행한 팝업 사상 최장 기간, 최다 인원 방문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연남동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사진)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제주의 청정 원료로 제조한 신선한 맥주와 이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맥주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3개월간 연남동 주민공동체와 주변 상인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음식점, 펍 등과 제휴를 맺고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한 매장에선 ‘제주위트에일’이 1000병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행사 첫날 제주맥주 직원들이 제주도 오메기떡을 들고 일대 상점을 돌며 인사를 다닌 것도 화제가 됐다.

제주맥주 측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제주맥주의 팝업스토어가 음주청정지역인 ‘연트럴파크’에서 음주를 조장하고 소음을 일으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연남동 일대가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곳이어서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등 주말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쾌적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장기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제주맥주의 전국 유통 시작과 팝업스토어의 성공에도 문 대표는 “수제맥주는 여전히 수입맥주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주세법은 맥주 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데 수입맥주는 예외다. 원가와 상관없이 국내에 들여올 때의 신고 가격이 낮으면 세금도 낮게 책정된다.

지난해 국내 생산하는 오비맥주나 하이트맥주가 매출의 약 44%를 세금으로 냈는데, 하이네켄코리아는 매출의 16%만 세금으로 냈다. 그는 “술 판매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가 하루빨리 적용돼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의 다음 목표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수출이다. 그는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페일에일 등 2종의 제품 외에 다양한 음식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내놓겠다”며 “수출 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먼저 안착한 뒤 내년 봄께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