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면 배당 소득에 세금 혜택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현장에서] 금융소득 과세 강화 한발 물러섰지만… 금투업계는 '멘붕'
5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한 펀드매니저는 “안 그래도 시장이 어려운데 정부가 악재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3일 금융소득 과세 기준을 연간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라고 권고하자 금융투자업계 곳곳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정개혁특위는 하반기 자본이득 과세 카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재정개혁특위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를 넓히는 것을 넘어 과세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이미 주식 양도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지난해 도입했다. 현재는 한 종목을 15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에 한해 양도소득세를 물리고 있는데, 종목당 보유액 기준이 매년 낮아져 2021년부터는 3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큰손’ 투자자가 갈수록 증시를 등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큰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 집중적으로 주식을 파는 현상이 심해졌다”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기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통상전쟁으로 증시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어서다. 5일 코스피지수는 2257.55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8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코스닥 벤처펀드 가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때아닌 자본시장 과세 논의가 증시 활력을 더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사장은 “근로,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금융 과세 강화는 과도하고 성급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부동산에 쏠린 가계자산이 금융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우리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75%로 미국(35%), 일본(43%) 등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 금융소득 증세는 자칫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유발하는 등 시장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올해 초 내놓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장기투자 문화를 만드는 근본적인 방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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