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암호자산이 법정화폐와 경쟁하며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법적으로는 디지털 형태 상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6일 발간한 '암호자산과 중앙은행' 보고서에서 화폐 기능을 따져봤을 때 현 시점에서 암호자산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암호자산의 경제적, 법적 성격 등에 관한 국내외 논의 내용과 중앙은행 관련 주요 이슈를 점검한 것이다.

단기간 내 광범위한 수용성을 갖기가 결코 쉽지 않고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기존 지급수단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
즉, 교환매개 수단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가치를 표시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세금을 암호자산으로 징수하지 않는 한 암호자산이 법정화폐 자리를 차지하긴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또, 2개 이상 계산단위가 경쟁한다면 가격 변동이 큰 계산단위는 열등재가 돼 결국 소멸하므로 시장은 암호자산보다 법정 계산단위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급수단으로서 기능을 강조하는 비트코인 등 1세대 암호자산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다만 암호자산이 국가 간 송금과 같은 제한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암호자산을 일종의 디지털 형태의 상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전자적 정보 형태로 존재하며 독립적 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올해 5월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 재산이라고 보고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현재 국내법에서 암호자산은 화폐, 전자지급수단, 금융투자상품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들 소비자보호나 자금세탁방지 등 분야 별로 기존 법률 테두리에서 대응하는 상황이다.
세금을 부과할 때도 미국은 자산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일본은 기타소득으로 인정해 과세하는 등 제각각이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같이 분산원장 및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에 의해 발행돼 대금결제 또는 투자대상 등으로 쓰이는 것을 '암호자산(crypto-assets)'으로 통칭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가상통화나 암호화폐 등의 명칭 때문에 일반인들이 '화폐'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어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해 안전성과 효율성이 개선되면 암호자산이 지급수단으로 더 널리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지급결제와 금융안정, 통화정책 등 중앙은행 업무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그러나 암호자산 규제를 강화하면 블록체인 기술발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암호자산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앞으로 시장상황과 관련 기술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연구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