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수도권 지자체 '미세먼지 공동전선'
경유 시내버스 CNG·전기버스로 교체 논의도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경기·인천으로도 확산할 듯
미세먼지가 심한 날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가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으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싹쓸이한 이후 미세먼지 분야에서 가장 먼저 '공동 전선'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 수도권 자치단체장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6일 오전 간담회를 열어 미세먼지 해결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수도권 시·도지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인 민선 7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이 자리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 서울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경기·인천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시내에서 2005년 12월 31일 이전 등록한 모든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어겨 단속에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운행제한 대상 차량은 서울에 20만대, 전국 220만대다.

전체 등록 차량의 9.6%가량이다.

박 시장이 미세먼지 주범인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을 수도권 3개 시·도가 함께 추진하면 저감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제안하자 이재명 지사와 박남춘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경기·인천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운행제한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해 유발차량 운행이 감소하면 초미세먼지(PM-2.5)가 하루 약 20% 저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경기·인천으로도 확산할 듯
경기·인천의 경유 시내버스를 친환경 버스로 바꾸는 논의도 있었다.

현재 서울시는 시내버스 100%가 CNG(천연가스) 버스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아직 경유 시내버스 3천800여 대가 다니고 있다.

수도권 3개 시·도는 2022년부터 수도권에 경유 시내버스 신규 도입을 제한하고, 2027년까지 시내버스를 CNG·전기버스 등 친환경 버스로 교체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요청한 전기 이륜차 보급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경기, 인천이 협력해 전기 이륜차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현재 500대 수준인 전기 이륜차를 2천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3개 시·도는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 운영 기반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광역자치단체장 간담회를 6개월에 한 번씩 열고, 매월 국장급 회의를 열어 주요 환경 현안을 논의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그간 서울과 경기, 인천은 미세먼지 해법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박 시장이 지난해 6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경기·인천에 동참을 요구했으나 자유한국당 소속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이를 거부했다.

올해 1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잇따라 발령되면서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을 실제 시행하자 갈등은 극에 달했다.

남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포퓰리즘 미봉책을 당장 중단하라"며 "서울시는 단 한 번도 경기도와 (대중교통 무료 이용 문제를) 상의하지 않았다"고 박 시장을 맹비난했다.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는 경기·인천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원활히 협력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품는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이재명 시장이 전향적으로 서울시와 함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더욱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은 자동차, 경기는 영세사업장, 인천은 발전소로 미세먼지 주요 배출 요인이 다른 만큼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시각차가 드러날 여지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환경부와 함께 경유차 퇴출을 검토하고 경유 버스를 친환경 버스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도권 세 지자체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빅 팀'(big team)을 만들고 동맹을 맺으면 미세먼지도 상당한 정도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