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외에 대기 중 전하가 중요 역할
날개 없이 수백㎞ 날아가는 거미 비행 '큐사인'은 전기장
거미는 날개가 없지만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수백㎞에 달하는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

이런 비행의 동력은 바람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대기 중의 전하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대학 감각 생물학자인 에리카 몰리 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거미들이 전기장에 노출될 때 비행 준비 행동을 하는 점을 밝혀내고, 이런 전기장이 거미 비행의 '큐사인'으로 작용하는 것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었다.

이는 거미들이 어떤 날은 집단으로 비행에 나서고, 또 다른 날은 기상 조건이 같음에도 지상에서 미동도 않는 등 변덕스러운 비행 행동을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몰리 연구원은 이전 연구에서 거미의 비행에 시속 11㎞가량의 부드러운 바람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덩치가 큰 거미의 비행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전하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대기 중의 전하는 전기장을 형성해 다른 전하를 가진 물체나 입자를 끌어들이거나 내치는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우선 실험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기장을 차단한 뒤 접시거미과의 작은 거미들을 인공 전기장에 노출했다.

그 결과, 거미들은 발레리나처럼 '까치발'로 서는 등 바람이 없음에도 비행 전에 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일부는 날아오르기도 했다.

인공 전기장을 차단했을 때는 이런 행동이 사라졌다.

거미는 비행 전에 높은 곳으로 올라가 까치발로 돌아다니다가 배를 하늘로 향하고 순식간에 거미줄을 뽑아내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거미 몸에 난 털은 바람과 전기장에 모두 반응했지만, 그 방식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에는 그칠 때까지 털이 곧추서 있었던 반면 전기장에는 노출되자마자 털이 곧추선 뒤 점차 가라앉으며, 약 30초 만에 원상태가 됐다.

이번 실험과 관련, 베를린공대 박사과정의 조문성 연구원은 자기장에 노출된 일부 거미가 비행 전 행동에 그치지 않고 날아오르기도 했으나 이는 제대로 측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자기장만으로는 거미의 이륙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지난 달 14일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생물학'(PLoS Biology)에 참게거미 속 거미가 이륙하기 전에 다리의 감각모로 풍속이 이륙에 유리한 조건인지 등을 평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