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미·유럽연합(EU)의 자동차 관세 갈등은 완화되는 분위기다. EU(10%)가 미국(2.5%)보다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등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자 그동안 독일 등 EU 회원국들은 격렬히 반발해왔다.

5일(현지시간) 독일 신문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전날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와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 등을 만나 미국과 EU 모두 자동차 관세를 완전 철폐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즉각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관세 위협을 피할 수 있다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성명을 내고 협상을 위한 긍정적 신호라고 환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도 자동차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관세를 낮추는 협상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높은 자동차 관세를 공격해왔다. EU는 승용차에 대해 미국보다 훨씬 높은 10% 관세율을 매긴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수입 밴과 픽업트럭에 25% 관세를 매기는 데 불만을 가져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이달 말 워싱턴DC를 방문하면 이런 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 양측이 관세를 없애면 미국에 매년 수십만 대를 수출하는 독일만 유리해진다. 프랑스를 포함해 다른 EU 국가들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미하다. 독일을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관세 협상 권한은 EU 집행위원회가 갖고 있다.

EU의 자동차 관세가 낮아지면 현대·기아차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관세를 낮춘다면 미국 차에 대해서만 할 수 없다”며 “WTO 규정에 따라 다른 국가를 상대로도 관세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